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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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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7 14:33:51 수정 : 2024-08-27 14: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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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8월 탄생했다. 훗날 대통령에 오르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기업인들과 만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던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회원사로 동참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한경협의 초대 회장(1961~1962년 재임)으로 추대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50년 넘게 존속하면서 한국인들에게 낯익은 이름이 되었다. 지금도 ‘전경련’ 하면 재벌 총수들, 곧 대한민국 최고 부자들의 모임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서울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앞에 세워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표지석 모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꿨지만 영문 약칭인 FKI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전경련의 13∼17대 회장을 지냈다. 전경련 회장 5연임은 GS그룹 허창수 명예회장의 6연임(33∼38대) 기록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정 회장이 전경련의 간판을 맡은 기간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 동안으로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현대가 삼성을 제치고 재계 서열 1위로 떠오른 것이 정 회장의 카리스마 발휘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전경련을 이끌던 정 회장을 두고 “뛰어난 리더십에 협상력까지 갖춰 정부 경제부처 관리들을 능란하게 다룬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 회장이 물러난 뒤 LG그룹 구자경 회장, SK그룹 최종현 회장,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등 스타 기업인들이 회장직을 넘겨받으며 한국 최고의 경제인 단체로서 전경련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부당한 정경 유착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재벌에 비판적인 김대중(DJ)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부터 정부와 전경련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DJ정부 임기 5년 내내 대기업 총수들 사이에 ‘전경련 회장직은 부담스럽다’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는 DJ보다 개혁 성향이 훨씬 강한 노무현정부 들어 부쩍 더 심화했다. 2005년 전경련 회원사들은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을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삼성 경영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맡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2017년 미르재단을 둘러싼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전경련은 위기에 내몰린다. 전경련 주요 회원사들이 미르재단에 기부한 돈이 실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 측에 건네진 뇌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삼성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탈퇴하며 전경련은 힘없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는 풍산그룹 류진 회장. 사진은 2023년 12월20일 FKI타워(옛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한경협 제공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8월 풍산그룹 류진 회장이 새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 직후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개명했다. 60여년 만에 1961년 창립 당시의 이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삼성 등 대기업들도 속속 한경협 회원사로 합류했다. 지난 26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경협에 회원사로 가입한 삼성 관계사들의 회비 납부를 사실상 승인했다. 이미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등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한경협에 냈다고 한다. 옛 전경련을 승계한 한경협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단, 과거 전경련 시절과 같은 정경 유착 의혹이 되풀이되어선 안 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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