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특정 인물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범죄 방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산 메신저 검열 강화라는 엉뚱한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딥페이크 사건 온상이 된 메신저 ‘텔레그램’이 외국에 서버를 둔 터라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카카오톡 등 국산 메신저 검열 강화로 귀결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얘기다.
앞서 2021년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불법 촬영물 필터링에 나섰지만, 정작 당시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통 현장이었던 텔레그램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치명적인 한계로 꼽힌 터다.
기술적인 불완전성으로 엉뚱한 콘텐츠가 필터링 대상으로 의심받은 사례나 휴대전화 게임 화면 등이 카카오톡에서 사전 검열 대상이 됐다는 후기도 알려진 바 있다.
이 의원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범죄 매개인 텔레그램을 손대지 못하고 국민 검열만 강화됐다”며 “‘딥페이크 봇’ 방에 대해 여야가 어떤 입법을 하더라도 텔레그램의 수사 비협조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텔레그램 인증서버 완전 차단 등에 대한 ‘논쟁’ 정도만 할 수 있고, 만약 텔레그램 접속 방법이 없어지더라도 ‘대체재’가 생겨날 수 있어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면서다.
이 의원은 텔레그램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덧붙인 대목에서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텔레그램으로 시시껄렁한 ‘체리따봉’ 험담이나 주고받는 나라인데”라는 말도 썼다. 2022년 자신의 언사를 ‘내부총질’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포착된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재차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이 의원은 “정치 세력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인 검열강화를 주장하고 과장된 수치로 위기감을 조성할 것”이라며 “그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지 않으면 혐오몰이나 낙인찍기 등으로 근육자랑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는 “냄비 입법과 포퓰리즘적 대처를 한다고 사회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파문의 전방위 확산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을 범죄에 악용한 생성물을 식별하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와 인권 유린을 방치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야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여러 관련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제22대 국회에 들어와 여야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점은 뒤늦게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중앙당에 지시했고, 국민의힘도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오는 29일 협의회를 열어 디지털 성범죄 방지 대책과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협의회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를 비롯해 유관 국회 상임위인 여성가족·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행정안전·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다. 정부에서는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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