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철판 위 조선소 근로자들
작업중 탈진 속출… 사망 사고도
점심시간 연장·냉찜질팩 제공 등
산업계, 혹서기 대응책 유지 중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파트에서 근무하는 김모(40)씨는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處暑)가 엿새나 지난 28일 여전히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름 땡볕에 조선소는 금세 찜통으로 변하고, 햇볕에 달궈진 선박 철판은 50도까지 올라간다. 작업복은 연신 흘러내리는 땀에 흠뻑 젖는다. 조선소 근로자들은 안전을 위해 작업복과 안전화, 안전모, 보안경 등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김씨는 “1200도가 넘는 용접 열기를 피하려 용접 작업자는 작업복 위에 용접복을 하나 더 입어야 해 더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는 유독 더위가 심하고 오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조선소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탈진해 쓰러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조선업계 근로자들은 ‘혹서기’ 기간 연장 등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9월 추석까지 혹서기 점심시간 연장 실시를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단체협약에는 7월10일부터 8월31일까지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는 규정이 있다. 박문수 노조 정책기획부장은 “기상청이 태풍에도 폭염이 계속돼 9월도 지금과 같이 매우 습하고 더울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기후 변화에 맞춰 혹서기 기간을 조정하고,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7일까지 18건의 온열질환 신고가 접수됐다. 몇몇 근로자는 작업 중 쓰러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달 19일에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작업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쓰러져 사망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또 다른 60대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입장문을 통해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이번 사망사고는 조선소 온열질환 대책의 시급성을 일깨우는 경고등과 같다”면서 “여름철 조선소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온열질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소 등 산업계는 9월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폭염 대응책을 유지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말까지 근로자들에게 얼린 생수 100만개를 지급하고, 아이스커피와 식혜를 제공하는 ‘커피 드쎄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동식 에어컨과 에어쿨링 조끼를 지급한다. 한화오션은 쿨링기와 얼음조끼를 구입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에쓰오일 울산공장도 각각 빙과류와 냉찜질 팩을 제공하며 무더위에 대응 중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혹서기 기간이 지나더라도 매일 온도를 체크해 28도 이상일 경우 점심시간을 20분 연장하고, 얼음 음료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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