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가 잇따르며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수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이 제작‧유포한 불법영상 지우기에 나섰다. 인터넷 기록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관련 문의가 쏟아지는데, 대부분 10대 청소년이거나 이들의 부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딥페이크 봇’을 활용해 만들어진 불법 성착취 영상물 등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 4~5일 사이 하루 평균 문의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가해자 학부모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디지털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현재 딥페이크 영상물 관련 문의 70%가 가해자 부모”라며 “최근 논란이 된 사건 등과 관련해 온라인에 공유되는 자녀 신상이나 범행 사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텔레그램방 딥페이크 사건이나 대학 단체카톡방 사건 등이 논란이 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해자 명단이 돌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SNS에는 ‘딥페이크 피해학교 목록’과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 등이 공유되고 가해자들의 인스타그램 주소도 퍼지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 사라짐 컴퍼니의 최태운 대표는 다수 언론을 통해 “‘아들이 나쁜 짓을 했는데 지워줄 수 있냐’며 영상물 삭제를 의뢰하는 학부모들이 대다수”라며 “텔레그램 내의 대화 내용을 삭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오히려 선뜻 연락을 못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도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 등과 같은 국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해 사설 업체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가족부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예산을 30억원가량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인력도 예산도 상당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가부가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해 모든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비용 걱정 없이 삭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딥페이크 공포가 확산하자 수사당국과 교육당국은 실태 조사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내년 3월까지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교육부는 전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딥페이크 피해·가해 현황을 파악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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