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순항미사일’로 불리는 자폭 드론이 전장의 새로운 무기로 주목받는다.
민간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레저·산업용 드론이 대량생산되면서 민수용 기술을 활용하면 낮은 비용으로도 전장에서 충분히 쓸만한 드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자폭 드론은 정찰 드론과 달리 이륙 후 복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기술적 난도가 낮고,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정밀타격이 가능해 개발도상국에서도 자폭 드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신형 자폭 드론 2종을 전격 공개했다. 서방 제품을 모방한 것처럼 보이는 북한의 신형 드론이 실전배치된다면, 한국군의 지상 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러시아 협력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공격기(자폭드론) 성능시험을 현지지도했다.
이날 공개된 것은 두 종류로서 이스라엘산 하롭(HAROP) 레이더 파괴 자폭드론, 히어로(HERO) 계열 자폭 드론을 연상케 하는 기종이 등장했다.
하롭과 유사한 드론은 한국군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의 다기능레이더와 비슷한 표적에 명중했다. 히어로 계열 드론처럼 생긴 기종은 K-2 전차를 모사한 표적을 파괴했다.
김 위원장은 만족을 표시하면서 “전투적용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폭 드론의 성능과 위력을 과시하는 선전 선동을 했지만,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보였다. 드론의 형상을 흐릿하게 처리한 것이다.
북한의 은폐 시도로 신형 자폭 드론의 성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추정이 가능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공개된 드론의 앞부분엔 둥근 모양의 카메라가 있다. 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보인다.
과거엔 군대나 정보기관에서 주로 썼다.
하지만 드론이 대중화하고 디지털 치안 및 보안체계가 확산하면서 민수용도 많이 등장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도 중국산 EO/IR 드론용 카메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업체들은 카메라가 군사 또는 치안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소개한다.
카메라에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하면 원격 조종도 할 수 있다. 이는 목표물 타격 시 정확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특히 하롭과 비슷한 가오리 모양의 드론이 성능 측면에서도 유사할 경우 레이더 추적 모드와 더불어 광학 장비에 의한 원격 조종 기능을 함께 갖추는 것으로, 드론 접근을 인식한 레이더가 가동을 멈춰도 타격이 가능하다.
히어로 계열 드론과 유사한 엑스형 날개의 드론은 히어로-90·120과 성격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종은 비행거리가 40~60㎞ 이상으로서 지상에 설치된 튜브형 발사기에서 박격포처럼 45도 각도로 쏘아올려진다. 전차와 장갑차, 상륙정 등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드론도 같은 방식으로 발사됐고, K-2 전차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향후 북한이 자폭드론을 생산하면, 보병·특수전부대와 더불어 기계화부대에도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히어로-90·120과 같은 성격을 지닌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 드론은 2010년 미군 특수전부대가 아프간에서 처음 사용했다. 북한 특수전부대가 자폭드론을 사용한다면, 먼 거리에서도 한미 연합군 부대나 장비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군 기갑부대 장갑차에 탑재될 수도 있다. 히어로-90·120 제작사인 이스라엘 유비전은 옛소련산 BMP-2 보병전투차에 히어로-120 발사기 2개를 탑재한 버전을 소개한 바 있다.
BMP-2가 시대에 뒤떨어진 장갑차로 전락했지만, 자폭드론 발사기를 추가한다면 공격력이 향상된다.
고속보트 등의 소형함정에도 쓰일 수 있다. 한국 해군은 PKMR 고속정에 사거리 20㎞의 130㎜ 유도로켓을 탑재했다. 북한이 소형함정에 자폭드론을 탑재하면, 한국 유도로켓에 맞설 카드를 얻게 된다.
북한 자폭드론이 이스라엘 드론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이 1990년대부터 무인기를 썼지만, 기술 수준은 드론 개발·운용의 세계적 선구자인 이스라엘에 크게 못미친다.
외형은 모방할 수 있지만, 비행거리나 파괴력 및 정밀도 등에선 이스라엘산보다 뒤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자폭드론의 기술적 난도가 많이 낮아졌지만, 북한이 서방 드론과 유사한 형상을 지닌 드론을 어떻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출처는 중국이다. 중국은 예전부터 무인기 기술이 북한에 유입되는 통로였다.
2017년 3월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백령도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는 중국산 UV-10이었다.
보고서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플라이 엔지니어링 앤 테크놀로지를 제조사로 지목했다.
무인기는 레드차이나 지오시스템이란 회사가 넘겨받았고, 이후 자오더웬이란 사람이 확보했다. 이후 주종시안이란 사람이 자오더웬에게 7대를 샀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 패널은 7대의 UV-10이 북한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북한이 중국 중간업자에 의존하고, 현금 지불로 상업용품을 군사 목적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기 부품이 북한에 유입되는 정황도 있다. 특히 자동제어장치는 최종 구매자만 이용하도록 하는 재판매 금지 규정이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란챗 등의 자폭드론을 다수 개발해 운용중이고, 이란산 샤헤드 자폭드론을 대량생산하는 등 드론 산업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선 자폭드론 5대를 북한에 선물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장비 중 일부를 이란에 제공했다. 러시아는 이란에 연구용 서방 무기를 주고, 이란은 공격용 드론을 넘겨준 셈이다.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과 미사일을 공급하는 북한도 역설계를 통한 기술 축적 차원에서 서방 무기를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육군 지켜줄 ‘안티 드론 우산’ 필요
북한이 자폭드론으로 한국군 기갑차량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한국군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가의 자폭드론을 요격하려고 신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나 천마·천궁 미사일을 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비호 자주대공포가 있지만, 저고도로 침투하는 북한군 항공기 위협도 대응해야 한다. 야전 방공부대가 북한 자폭드론을 완전히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K-2 전차에 대한 성능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적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효과적 대응이 가능한 복합능동방호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차들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잇따라 파괴되는 상황에서 능동방호장치는 현대 전차에서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복합 능동방호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탐지 및 추적·식별·타격이 가능한 다층/복합 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위산업계에서 제시하는 방법에 따르면, 기갑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대(對)드론반의 레이더 등을 통해 자폭드론의 접근을 8㎞ 거리에서 탐지한다. 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식별하고, 5㎞ 거리에서 전파방해를 시도한다.
그래도 무력화되지 않으면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의 K-6 기관총으로 요격하고, 그마저도 돌파하면 마지막 방법으로 능동방호장치를 가동한다.
이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처럼 가능한 먼 거리에서 위협을 확인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요격을 시도함으로써 기갑장비의 생존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대전차미사일과 고정익 무인기, 회전익 무인기, 폭탄 투하 드론 위협을 저지한다.
요격에 사용되는 탐지·타격장비는 기본적으로 전차와 장갑차에 탑재되어 함께 쓰일 수 있다. 다만 요격을 지원할 대드론반은 현대로템 등에서 제작하는 다목적 무인차량이 거론된다.
무인차량 상부에 탑재된 RCWS로 공격을 할 수 있고, RCWS와 함께 구동하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드론을 근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뱀파이어 드론방어체계처럼 트럭 등에 탑재되어 드론을 탐지·요격하는 야전 드론방어체계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 향후 군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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