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로 임신 중절 수술이 가능하지만 전국 산부인과 의원 10곳 중 3곳 이상이 인공 임신 중절 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뉴스1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살아있는 생명을 없애는 게 의료 행위는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의료인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많은 만큼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고 했다.
반면 시술하는 곳도 대부분 10주 이하인 경우에만 시술하고 있었다.
의료계에선 “의사로서 양심상 어떻게 임신 중절을 하겠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실제 앞서 임신 36주에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일상영상)를 올린 여성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임신 36주면 사실상 출산이 가능한 시기로 경찰은 여성과 수술을 진행한 수도권 소재 산부인과 병원장도 함께 입건했다.
낙태죄가 폐지 됐다고 해서 함부로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다.
뉴스1이 지난 5월부터 약 2개월간 수도권·강원·호남·영남·충청 등 전국 산부인과 의료기관(병의원) 287곳을 전화 또는 방문 방식으로 무작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6.2%(104곳)는 "임신 중절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중 "분만 의원이 아니라 아예 시술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곳은 13곳이었다.
시술하는 곳도 임신 10주 이후부터는 난색을 보였다. 임신 중절 시술이 가능하다는 산부인과 183곳 중 "임신 15주 이상도 중절 시술이 가능하다"고 답한 곳도 12곳(6.6%)이나 됐다.
임신 15주차면 아기의 심장은 완전히 발달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기의 건강한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다. 즉 심장이 뛰는 아기를 죽이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사로서의 양심상' 인공임신중절이 꺼려진다는 반응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임신중절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구절이 나온다.
이에 의료계에선 임신 중절 시술을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문의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지만 낙태 수술은 이와 다르다”며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게 정당한 사유인가.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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