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진 20대 청년노동자 유족이 노동당국의 특별근로감독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유족은 책임자 사과를 호소하면서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날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지역 노동단체와 유족 등으로 이뤄진 '에어컨 설치기사 20대 청년노동자 폭염사망사고 대책회의'는 3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컨 설치기사 20대 양모(27)가 숨진지 3주째지만 발주처인 전남교육청, 원청사와 에어컨 설치업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업과 기관은 입사 고작 이틀만인 양씨를 숨지게하고 열사병 증상 발생 후 1시간 가까이 뜨거운 햇빛 아래 방치시켰다"며 "건강했던 양씨를 마치 지병이 있었던 것처럼 왜곡한데 이어 자식잃은 부모의 사과 요구를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재방 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양씨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청사 등은 고인의 죽음에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또한 폭염 속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노동자 296명이 숨졌지만 이들 중 온열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온열질환은 산재 통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법을 바꿔야 한다. 양씨의 사망은 단순 폭염 질환 사고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양씨의 어머니도 "관계된 한사람이라도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아들을 찾아와 사과해주길 바란다. 법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처벌받길 바란다"며 발주처와 기관 등을 향해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너무 미안하다'면서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만 쏟아냈다.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는 광주고용노동청 정문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들은 분향소 주변에서 머물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에어컨 설치기사 양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4시40분께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 온열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졌다.
양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광주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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