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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직사각형, 그 너머 로스코의 세계로

입력 : 2024-09-07 06:00:00 수정 : 2024-09-05 19: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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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아들이 바라본 아빠의 예술·생애
초기작부터 대표작 색면회화까지
작품들 모호한 매력 이해에 도움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슬럼프기 로스코가 직접 쓴 원고
예술가로서 정체성·고뇌·철학 등
작품 향한 화가 내면 엿볼 수 있어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크리스토퍼 로스코/ 이연식 옮김/ 은행나무/ 3만4000원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 마크 로스코/ 김주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6000원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두 가지 색의 직사각형이 위아래로 쌓아올려진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작품은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스코는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를 계기로 국내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올라갔다. 당시 전시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콘텐츠 대표로서 미국 워싱턴 내셔널갤러리의 순회전을 들여온 것이었다. 올해도 4일부터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이우환 작가와 로스코의 2인전이 열리고 있다.

로스코의 작품 ‘No.14’.

로스코는 추상 표현주의·색면 추상의 대가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막상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그의 대표작들을 봐도, 바로 고매한 감동에 휩싸일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 주황 바탕에 노란색 직사각형, 검은 바탕에 붉은색 직사각형이 놓여있는 대표작들은 실제 종종 창작 의도가 오해되곤 한다. 로스코의 아들인 크리스토퍼는 여자친구로부터 아버지의 색면회화에 대해 ‘크고 부드러운 냉장고’, 처음 본 아저씨 세 명으로부터 스크린 도어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로스코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간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30년간 로스코의 전시를 기획·강연해온 아들 크리스토퍼가 아버지의 예술세계와 생애를 설명한 책이다.

크리스토퍼 로스코/ 이연식 옮김/ 은행나무/ 3만4000원
마크 로스코/ 김주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6000원

로스코는 25년간 무명 시절을 견뎠다. 1920∼30년대에는 사실주의 화가로서 삭막한 도시 풍경과 인물을 특유의 시선으로 화폭에 담았고, 1940년대에는 초현실주의를 받아들였다. 이후 모든 회화적 요소를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 그의 대표작이 된 색면회화로 나아갔다. 이 수십년의 과정에서 로스코의 본질적 목표는 ‘인간 조건의 표현’이었다.

로스코의 색면회화를 이해하려면 관객도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작품을 ‘경험’해야 한다. 인간 로스코에 관한 시시콜콜한 역사적·기술적·전기적 지식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크리스토퍼는 “영원함을 일깨우는 대화를 나누려면 로스코어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전의 로스코.

저자는 로스코의 그림이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길 권하는 초대장, 일종의 영혼의 창문이자 다른 어떤 곳보다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라고 밝힌다. 로스코의 그림은 모호하기에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 그러는 순간 그림과 적극적인 관계에 빠져든다.

크리스토퍼는 “아버지가 작품의 본질적 내용으로 여겼던 것은 ‘인간 조건의 비극’”이라며 “관객이 그림을 자신의 삶에 즉각적으로 말을 거는 무언가로 보길 원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로스코의 그림은 ‘당신과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정서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평생 아버지의 목표였다”고.

로스코의 작품 ‘No.15’. 은행나무 제공

이번에 따로 출간된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은 로스코가 1930년대 말부터 1940년대까지 직접 쓴 원고를 모았다. 예술가의 정체성, 예술과 권력의 관계,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문제, 인상주의, 아름다움, 자연주의, 현대미술과 토착미술 등 그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방대한 주제를 다룬다. 로스코는 1970년 2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재산 분쟁이 시작되면서 ‘로스코가 쓴 원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얼마 안 가 잊혀졌다. 이 원고 뭉치가 발견된 건 1988년이 돼서였다. 창고 청소 중 우연히 나온 원고는 알아보기 힘들고 난해하게 쓰여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이를 정리해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책으로 출간했다.

로스코는 원고를 쓰던 시기 슬럼프였다. 이 때문에 크리스토퍼는 “(책에서) 그의 주장은 이해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의 어투로 전개된다”고 소개한다. 그는 “(로스코가) 당시 책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을 그림으로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가 없었기에 책을 썼다”며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림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다른 방식”이라고 봤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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