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 속도는 이제 필수 조건이 됐다.
이 둘은 배터리 에너지 저장 용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최근 에너지 저장 용량을 400% 향상한 연구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은 화학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김원배 교수, 석사과정 박정수, 박사과정 강송규 씨 연구팀은 실리콘 음극재에 전도성 고분자를 도입해 고속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고용량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배터리 소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재료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화학저널’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전기차 배터리 음극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은 에너지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어 이론적으로 흑연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 활물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부피가 최대 300%까지 증가하며 불안정한 SEI(고체 전해질막)가 형성되고, 그로 인해 실리콘 입자가 깨져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SEI는 음극과 전해질 간 접촉을 차단해 불필요한 화학 반응을 억제하고, 전자와 이온의 이동을 돕지만, 배터리를 계속해서 사용할수록 안정성이 낮아진다.
특히,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동안 부피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SEI의 안정성이 더욱 저하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원배 교수 연구팀은 p-톨루엔설폰산(p-toluenesulfonic acid)이 도핑된 폴리아닐린(polyaniline)을 사용해 인공 SEI를 만들고, 음극 표면에 부착했다.
이 고분자층은 층상 구조로 이뤄져 있는 만큼 층마다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으며, 강력한 수소 결합을 통해 음극의 표면에 균일한 피막을 형성했다.
그 결과, 전기차 배터리가 작동하며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SEI가 그 위에 고르게 형성되도록 유도되어 연구팀이 만든 인공 SEI와 자연 SEI가 통합된 전도성 고분자층이 만들어졌다.
연구팀의 통합 SEI는 급격한 음극 부피 변화로 인한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해 음극의 부피 팽창을 완화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통합 SEI를 적용한 배터리는 10A(암페어)/g의 높은 전류 밀도에서 570mAh(밀리암페어)/g의 배터리 용량을 기록했다.
이는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용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배터리는 고속충전 조건에서 250여 회 작동한 후에도 상용화된 음극재가 포함된 배터리 대비 최소 400% 이상의 높은 에너지 용량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김원배 교수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실리콘 음극활물질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기존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와 내구성, 충전 속도 모두 개선하는 연구를 계속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인력양성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리튬 기반 차세대 이차전지 성능 고도화 및 제조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