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개발을 완료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새로운 방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SAM보다 방어범위가 3배에 달하고 요격고도가 더 높은 L-SAM-Ⅱ 고고도 요격 유도탄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ADD는 지난달 30일 고고도 요격 유도탄 체계개발 시제 제작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공모에 들어갔다. 이르면 연말쯤 시제업체를 선정·계약하고 2028년 10월까지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L-SAM-Ⅱ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의결된 이후 1년 4개월만에 본격적인 움직임이 드러난 셈이다.
◆2020년대 말에 등장할 고고도 요격 유도탄은
L-SAM-Ⅱ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처음 의결됐을 때는 고고도 요격 유도탄과 더불어 북한 극초음속 활공체를 종말 단계보다 앞선 활공 단계에서 격추하는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 개발이 포함됐다.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은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극초음속 활공체의 비행 궤적에 대응해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궤적이나 비행시험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고 기술적 난도도 높다.
이에 따라 고고도 요격 유도탄 연구개발이 먼저 이뤄지는 모양새다. 올해 예산안에 2억5000만원이 배정됐고, ADD도 지난달 30일 시제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공모를 시작했다.
제안서 공모문에 따르면, ADD가 주관하는 이번 연구개발 사업은 기존 L-SAM 탄도미사일 요격탄(ABM)보다 요격고도가 높아진 고고도 요격 유도탄 신규개발, 기존 L-SAM과의 체계통합, 발사대 추가가 핵심이다.
시제 업체 계약 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28년 10월까지다. 2028년 말에는 고고도 요격 유도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의미다. 시험평가와 전투용 적합 판정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2029년쯤엔 개발이 완료될 수도 있다.
시제 업체 공모 품목은 19개. 체계종합과 더불어 요격능력 검증에 쓰일 표적탄 제작, 작전·교전통제소와 다기능레이더, 신관, 적외선영상탐색기, 데이터링크 등이 포함됐다.
발사대도 포함됐다. L-SAM은 1개 포대에 다기능레이더 1대, 교전통제소 1대, 작전통제소 1대, 대항공기 유도탄발사대 2대, 대탄도탄 유도탄발사대 2대가 있다.
L-SAM-Ⅱ 고고도 요격 유도탄은 별도의 발사차량에서 쏘아올려진다.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까지 포함하면 발사차량 2대가 L-SAM 포대에 추가되는 모양새다.
고고도 요격 유도탄 개발에서 중요한 부분은 작동시간과 탐지 능력 등이다.
L-SAM은 고도 40~60㎞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1·2단 분리 후 직격 비행체(Kill Vehicle)가 추력기를 이용해 궤적과 자세를 제어하면서 미사일 요격지점으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L-SAM-Ⅱ 고고도 요격 유도탄은 60~100㎞ 상공에서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SAM보다 높은 곳까지 상승하므로 작동시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유도탄 작동시간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연료 탑재량이 증가하면 유도탄 크기와 무게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발사대와 발사차량 제작 등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L-SAM 1·2단을 활용해 기술적 리스크를 줄이고, 직격 비행체의 가동시간은 늘리는 것이다.
직격 비행체에 기존보다 연비가 더 높은 연료를 사용하거나, 추진체계에 소화·재점화 기능을 적용한다면 연료 소비량을 통제하면서도 가동시간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정확히 요격하려면 비행 최종 단계에서 표적을 정밀하게 포착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적외선영상탐색기다.
항공기나 미사일이 초음속으로 비행하면 공기 마찰로 인한 열이 발생한다. 이때 장파장 대역의 적외선이 가장 많이 방출된다.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서 탐색기를 만들면,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탐색기는 요격탄 앞부분에 장착된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내열 성능과 소형화·경량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셈이다. 다만 ADD를 중심으로 핵심기술 확보를 꾸준히 추진했므로 개발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촘촘해지는 방공망…효과 높이려면
L-SAM-Ⅱ 고고도 요격 유도탄이 등장하는 2020년대 말부터는 KAMD가 한층 조밀해지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KAMD는 저고도 방어를 맡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Ⅰ·Ⅱ와 패트리엇(PAC-3)이 고도 15~40㎞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저지한다.
현재 개발중인 M-SAM-Ⅲ가 더해지면 북한의 대구경방사포와 탄도미사일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고도 40~60㎞에선 L-SAM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고도 70~100㎞에선 L-SAM-Ⅱ가 격추를 시도한다. 2~3회에 걸친 미사일 요격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한반도를 사정권에 넣는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고도 90㎞ 이하로 비행이 가능하다.
KN-23은 풀업 기동(발사체가 비행 후반에 고도를 재상승시켜 궤도를 변경하고 사거리를 연장하는 것)을 통해 KAMD의 요격범위를 축소하고 요격율을 저하시킬 수 있다.
L-SAM-Ⅱ의 고고도 요격 유도탄과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이 배치되면 L-SAM보다 요격범위가 더 넓고 고도도 높아진다. 지상에 있는 군인과 민간인, 각종 시설이 북한 미사일 공격을 받을 위험을 더욱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L-SAM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KAMD의 위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우선 KAMD와 다른 체계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중에서의 위협은 육·공군 방공망, 장사정포 요격체계, 북한 핵·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타격하는 킬 체인 등과 관계가 있다.
미사일을 포함한 북한의 공중위협에 체계적으로 맞서려면 이같은 시스템을 KAMD와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방어와 반격을 함께 진행해야 북한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모든 공중방어체계 개발 시 개념 수립단계서부터 관련 체계 간의 실시간 연계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다.
다층방어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L-SAM-Ⅱ를 배치해도 모든 지역을 방어할 수는 없다. 요격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층 방어를 적용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방공망 대신 지상 대피 등의 방법을 사용할 지역을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는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다층·복합방어체계 구축 계획으로 연결된다. L-SAM-Ⅱ를 만들면서 방어체계 구축 계획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2040년대 이후의 환경 변화도 변수다. L-SAM-Ⅱ는 2030년대에 실전배치되어 30여년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인공지능(AI)과 지능형 기술 개발·적용을 중심으로 국방혁신 4.0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혁신 4.0을 통해 만들어진 AI 지능형 기술을 KAMD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추진하고 있었던 정책과 전력화 계획으로 KAMD를 만들게 되는데, 극초음속 미사일과 무인체계 등이 등장할 2040년대 이후의 전장에서 KAMD의 효용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AI 기술의 활용도도 제약이 생긴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KAMD를 강화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다. 방어체계를 늘리는 것은 주변국 반발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에 맞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아왔다.
다만 기술 개발과 더불어 KAMD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켜야 할 지역은 넓고 방어체계는 부족한 것이 한국군의 현실이다. 북한 공중위협 전반을 종합적으로 다룰 계획과 더불어 기술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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