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정당 ‘지구당’ 부활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논의를 본격화하자 과거 ‘오세훈법’으로 지구당 폐지를 주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이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오 시장은 “지구당 부활은 어떤 명분을 붙이더라도 ‘돈정치’와 ‘제왕적 대표제’를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개혁, 좌표가 분명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주장하면서 “정치개혁에 어긋나는 명백한 퇴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세훈법은 단순히 돈정치, 돈선거를 막자는 법이 아니었다”며 “제왕적 당대표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한국정치의 정쟁성과 후진성에서 벗어나 미국식 원내정당 시스템으로 변화해 보자는 기획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시장은 “미국은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하며 입법 이슈로 당을 이끌어 간다”며 “우리처럼 온갖 사회 이슈를 의회로 끌어들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법은 여전히 미완의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지구당은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의 지역 하부 조직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로 불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계기로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2004년 당시 소장파 국회의원(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오 시장은 지구당 폐지 논의를 이끌었고, 정당법·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지구당은 결국 폐지됐다.
오 시장은 “한국 정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근자의 행태를 보면 (오세훈법이 통과된) 2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좋은 법 만들고 좋은 정책 만드는 국회의원보다 상대 정당과 정치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국회의원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싸움에 앞장서는 ‘파이터’들이 당대표에게 줄을 서고, 그 대가로 선거가 다가오면 공천을 받고 주요 당직을 받는다. 심지어 국회의장 선출에서도 ‘선명성’이 기준이 되는 시대가 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현실을 핑계로 유턴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정치인의 자세인가”라며 “지금은 지구당 부활이라는 역행이 아니라 원내정당이라는 발전을 고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지구당 부활을 “퇴행적”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까지 전부 후원금을 받아서 쓸 수있게 제도를 만들어 놓은 곳은 극히 드물다”며 “민심과는 어긋나는 행보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지구당 논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에서 지구당제 도입에 협력하기로 한 뒤 논의에 가속이 붙은 상황이다. 한 대표는 원외 당대표, 이 대표는 연임에 성공한 제왕적 당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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