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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량이 없고 속 좁은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한다. 청어과의 바닷물고기인 밴댕이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파르르 떨다 육지에 닿기도 전에 죽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생겼다. ‘소갈딱지’는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거지를 아주 낮잡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에도 정치인이 배포 큰 정치를 하지 못하고 협량하고 쪼잔한 행보를 보일 때 ‘밴댕이’라고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밴댕이 정치’라는 말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추석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보내냐”고 적어 올렸다. 김준형 혁신당 의원도 같은 날 택배 기사에게 선물을 돌려보내는 사진을 올렸다. 지난 5월에도 최민희 민주당 의원과 김 혁신당 의원 등은 윤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자 문재인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가 “밴댕이 소갈딱지로 전락한 현실 정치”라며 혀를 찼다. 반윤(반윤석열) 선명성 마케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낱같은 협치 가능성마저 걷어찬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 소신을 놓고 삿대질을 하더라도,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적어도 애경사나 명절 때만큼은 서로 인간미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재검토 안’을 내놓자 국민의힘 연찬회 참석도,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돌연 취소한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밴댕이라는 비판이 등장한다.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으려면 ‘밴댕이 정치’를 버리고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밴댕이 정치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빼고 여당 지도부와 관저 만찬을 한 것도 통 큰 정치로 보이지 않는다. ‘밴댕이 정치’의 잦은 등장은 영 반갑지 않다. 각박해지는 정치, 심화하는 정치 실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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