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지역 아파트 공격으로 첫 민간인 사망 사례까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일대 등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민간인 사망 사례까지 나왔는데, 이는 러시아 국민의 일상을 흔드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션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밤사이 모스크바 인근을 비롯한 러시아 본토 곳곳을 드론으로 공습했다. 러시아 본토로 전선을 옮겨 러시아인들이 직접 전쟁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압박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모스크바 교외 지역 라멘스코예의 아파트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 이는 모스크바 지역에서 드론 공격으로 발생한 첫 민간인 사망 사례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라멘스코예 주민 알렉세이(가명)는 FT에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 나갔는데 불똥이 창가 바로 옆으로 날아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새벽 3시에 깬 뒤 잠들지 못했다는 그는 “지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러시아 래퍼 브루토는 자기 집 발코니가 부서지고 바닥에 유리 조각이 나뒹구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정말 멋진 일출에 하늘도 아름답다”는 자조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러시아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에는 ‘심리전’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 전문가인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은)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정신을 파괴하려는 더 광범위한 목적을 갖는다”며 “목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썼다.
우크라이나도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직접 전쟁을 경험하도록 해 종전에 대한 현지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혀온 것이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 5일 공개된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접경지 쿠르스크를 공격한 데 대해 “적의 영토로 전투를 옮겨 우리가 매일 느끼는 것을 적이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 속에서 러시아 여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정치학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러시아인 사이에선 ‘무관심’이 오랜 방어기제로 작용해왔다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수년간 현안에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을 택해왔다고 짚었다. 이어 이것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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