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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최우정 “국악·양악 조화… 환경 파괴 경고 담아”

입력 : 2024-09-13 05:00:00 수정 : 2024-09-12 22: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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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천’ 초연

백제시대 음악서 시작된 연례악
현대 오케스트라 연주로 재해석
“사회문제 대안 작품 계속 나와야”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습실. ‘에코(ECO·환경)와 에코(ECHO·메아리)’ 공연을 이틀 앞두고 지휘자 정치용과 국립심포니 단원들이 모였다. “‘수제천’을 먼저 해봅시다. 자, 1악장부터.” 지휘자의 말에 단원들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악기를 들었다. 정치용 근처에 앉은 작곡가 최우정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국립심포니에서 위촉받아 작곡한 ‘수제천 리사운즈(resounds·다시 울리다)’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처음 들어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백제시대 음악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수제천(壽齊天)’은 궁중 의식이나 잔치 때 사용된 연례악이다. 최우정은 ‘수제천’을 현대 오케스트라 판으로 재해석한 ‘수제천 리사운즈’를 두 개 악장으로 짰다. 1악장 ‘오래된 음악들의 메아리’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에 대한 회상을, 2악장 ‘먼 훗날로부터 오는 메아리’는 오늘날 사라져 가는 자연을 상징한다.

최우정 작곡가가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국악 작품 중 하나인 ‘수제천(壽齊天)’을 재해석한 ‘수제천 리사운즈(resounds)’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심포니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음악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기획한 ‘에코와 에코’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1악장 선율은 따스하고 풍요로운 자연 속을 자유로이 거니는 것처럼 평안하게 들렸다. 반면 2악장은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처럼 트럼펫 소리가 긴장과 불안, 두려움을 몰고 왔다.

최우정은 “사전 기획 회의 때 ‘음악이 끝날 때 희망적이고 평화롭게 들리기보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2악장에선 말러처럼 트럼펫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수제천 리사운즈’가 열고 닫는다. 1악장이 끝나면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과 본 윌리엄스 바이올린 협주곡 ‘종달새의 비상’, 베토벤 6번(‘전원’) 교향곡이 이어진 뒤 마지막 곡으로 ‘수제천 리사운즈’ 2악장을 연주하는 것이다. 최우정은 “자연을 소재로 한 서양 곡 세 개를 중심에 두고, ‘수제천 리사운즈’를 그 앞뒤로 배치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공립 예술단체가 해외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 ‘우리는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이제는 나라 위상에 걸맞게 세계를 움직이는 지식인, 권력자, 정치인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13일 세종예술의전당에 이어 11월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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