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등 사칭… 피해자 100명 달해
국내에서 일자리 못구한 청년들
中서 불법체류 보이스피싱 가담
합수단 “조직원들 일부 독립해
중·소규모 콜센터 난립중” 지적
보이스피싱 말단 상담원으로 활동하다 자신이 콜센터를 꾸려 100여명으로부터 46억원을 편취한 20대 총책과 조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은 중국에서 활동한 한국인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27)씨 등 7명을 특정경제법 위반(사기), 범죄단체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6명은 구속기소됐다.
A씨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올해 2월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조직한 뒤 두 달여간 수사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피해자 5명을 속여 총 2억원을 뜯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9년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이후 5년간 피해자 106명에게 약 46억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중국 허베이성 친황다오에서 콜센터 상담원으로 처음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 이후 중국 다롄과 칭다오 등지의 여러 조직에서 한국인 팀장을 지낸 A씨는 함께 근무하던 조직원을 영입해 스스로 콜센터를 조직했다.
A씨 일당은 검찰 수사관과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들을 조직적·단계적으로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상담원이 피해자에게 가짜 구속영장 등을 보여 주면, 검사 행세를 한 2차 상담원이 스마트폰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한 뒤 금감원 지시에 따르라며 3차 상담원에게 넘겼다. 3차 상담원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며 “불법 대출을 막기 위한 조치이니 문제의 계좌로 대출을 실행한 뒤 대출금과 기존 자산을 건네라”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검찰은 올해 1월 한 피해자의 700만원대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을 접수하고 계좌를 추적하던 중 A씨 조직을 적발했다. 이에 올해 5월 입국한 A씨를 체포하는 등 10명을 입건하고 한국인 팀장 1명, 한국인 상담원 4명, 콜센터 관리자 1명 등 6명을 구속해 조직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들 일당은 19∼34세의 비교적 젊은 남성으로 수년간 각각 1억5600만원∼35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다수의 청년이 중국에서 장기간 불법체류 상태로 여러 콜센터를 옮겨 다니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며 “그중 일부는 자신의 콜센터를 새로 조직함으로써 다수의 중·소규모 콜센터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해외 체류 공범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및 강제 송환을 추진하고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된 별개 콜센터 조직들을 추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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