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와 친정 가족 간의 ‘유아인도’ 소송에서 부모의 친권보다 아이의 의사에 따른 안정된 양육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나경)는 A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유아 인도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그는 2014년 아이 B양을 출산했지만,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이의 친권자로 지정됐다.
A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친정어머니와 동생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B양의 양육 도움을 받았다. 이후 그가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자 가족과 잦은 다툼이 발생했다.
A씨는 해당 과정에서 약 한 달 동안 B양은 물론 친정어머니 등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는 아이를 맡겨둔 채 홀로 독립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출퇴근 전후로 친정집에 방문하던 것을 멈췄다.
지난해부터는 B양에게 자신과 같이 살 것을 요구하며 가족들에게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이 B양을 약취하고 유인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당시 피고인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의 초등학교 반 배정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주거지에 대한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았으며 경찰관을 대동해 집을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이간질 등으로 자녀에 대한 친권 행사를 방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자녀 B양의 뜻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10세 어린이인 B양은 “외할머니 등과 함께 사는 현재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며 “외할머니와 계속 살고 싶다”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아이를 양육하게 된 것은 원고가 아이를 피고들에게 맡겨둔 채 홀로 독립했기 때문이기에 부당하게 억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녀에 대한 현재의 양육 상태를 변경하는 것은 아이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손녀와 외할머니 사이에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아이가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로 원고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라며 “현재 피고는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기에 양육 환경을 유지하고, A씨는 이를 보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