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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고전주의 시대까지 미술작품이나 자연에 적용되는 가치는 ‘미’ 즉 아름다움뿐이었다. 이 기준이 무너지고 지금처럼 미술작품에 다양한 가치가 적용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고전주의에 반대하며 나타난 낭만주의 시대부터이며, 처음으로 미가 아닌 다른 가치로 주목한 개념은 ‘숭고’였다.

자연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가 화사하고 평온한 자연풍경을 보면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낄 때, 그때 적용되는 가치는 아름다움이다. 18세기 미학자인 에드먼드 버크는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과 친화감과 편안함을 갖게 될 때 쾌의 감정을 갖게 되고, 그 대상은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바닷가의 카푸친 수도사’(1809~10)

다른 경우도 있다. 우리는 거친 파도에 휩싸인 망망대해나 거대한 산 앞에서 그 위력에 압도되면서도 그 자체로 빠져들고 만족감을 느낄 때도 있다. 버크는 우리가 처음 대할 때는 위협적인 힘과 크기로 인해서 공포의 감정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을 ‘숭고’라고 보았다. 우리의 삶의 의지가 고양되면서 처음의 공포 감정이 찬탄과 경이로움으로 바뀌게 될 때 나타나는 것이 ‘숭고’라는 주장이다.

‘숭고’를 미술작품으로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 화가인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그림을 들 수 있다.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바닷가에 수도사가 홀로 외로이 서 있다. 그 앞에 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위협적인 자연 앞에서 수도사는 인간이 그저 작고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 앞에서 외경심을 갖게 되고, 경이로움과 찬탄의 감정에도 휩싸인다. 위협적인 자연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서 숭고미를 표현한 전형적인 작품이다.

‘숭고’를 시작으로 사람들은 예술의 다양한 가치에 주목했다. 자연풍경의 수려함을 나타낸 작품에는 ‘풍려함’을 적용했고, 미의 반대로만 여긴 추도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가치로 여겼다. 그리고 지금은 전혀 가치와 관련이 없는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미술의 영역이 넓어졌고, 우리의 경험폭도 확장됐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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