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8년간 시신 은닉한 집서 지내
警, 살해·사체 은닉 등 혐의로 검거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시의 한 원룸에서 누수 문제 때문에 내부 수리를 하던 집주인 A씨는 화들짝 놀랐다. 평소 다른 집에는 없어 이상하게 생각했던 야외 베란다 쪽 시멘트 구조물을 부수자 커다란 여행용 가방이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가방을 열어 확인한 순간 소스라쳤다. 가방 안에는 사람 사체가 들어 있었다. 16년 만에 살인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신고 접수 후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사체가 가방에서 발견된 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시멘트 구조물을 설치한 점 등으로 미뤄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곧바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사체의 신원도 확인됐다. 예전에 이 집에 살았던 적이 있는 30대 여성 B씨였다. 2011년 B씨의 가족은 B씨와 오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도 했었다. 경찰은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18년 전 이 집에 B씨와 같이 살았던 당시 남자친구 C씨(현재 50대)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이달 19일 경남 양산시 C씨 집에서 C씨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 범행은 2008년 10월10일 발생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이성 관계 문제 등으로 여자친구와 자주 다투다가 홧김에 범행했다”고 시인했다. C씨는 범행 후에도 줄곧 그 집에서 지내다가 2016년 마약 투약 사건 때문에 구속됐고 2017년 출소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2011년 B씨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때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관계로 폐쇄회로(CC)TV 등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경찰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를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체은닉 혐의를 제외한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C씨가 최근에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해 같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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