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42)은 투수 분업화 개념이 확실히 이뤄진 이후의 전문 마무리 투수 중에는 역대 최고 선수로 손꼽힌다. 데뷔 시즌인 2005년 중반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은 이후 오승환은 선수 생활 내내 삼성의 9회를 책임져왔다.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는 역대 2위인 손승락(전 롯데·271세이브)과 150개 이상 차이날 정도로 압도적 1위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수치다. 일본 프로야구(80세이브)와 미국 메이저리그(42세이브)까지 합치면 세이브 개수는 549개로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1982년생인 오승환도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셋. 아무리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도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재현하는 게 불가능한 나이다. 마무리 보직은 이미 후배인 김재윤에게 물려준지 오래고, 이제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쥔 삼성이지만, 가을야구에서 오승환이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 2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오승환의 1군 엔트리 제외에 대해 “오승환은 지금의 구위로는 쉽지 않다”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승환은 지난 22일 키움전에서 9-2로 앞선 9회에 등판해 2아웃을 잘 잡아냈으나 1루수 르윈 디아즈의 포구 실책이 나온 이후 3점 홈런 포함 피안타 4개를 맞고 6실점했다. 실책이 아니었다면 경기를 끝낼 수 있었기에 실점은 모두 비자책 처리됐지만, 삼성은 오승환의 부진으로 9-8로 신승을 거둬야만 했다.
전반기만 해도 1승5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로 그럭저럭 마무리 투수 역할을 잘 해냈던 오승환이지만, 후반기 들어 성적은 처참하다. 21경기에 등판해 2승4패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은 무려 7.41에 이른다. 피안타율은 0.373. 23일 기준 타율 1위 에레디아의 타율이 0.358이니, 오승환을 상대하는 모든 타자들이 타격왕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얘기다.
박 감독은 “오승환은 현재 1이닝 투구도 버거워 보인다”면서 “구속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종속이 떨어져 정타를 맞는 비율이 높아졌다. 나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고 이유를 진단했다.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보는 삼성으로선 오승환이 남은 기간 동안 조정을 통해 구위를 회복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27경기에 등판해 2승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 중이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선 22경기 1승1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0.81로 기록의 순도가 더 올라간다. 삼성 불펜 투수 중엔 그 누구보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마무리 보직을 맡진 못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불펜진 운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까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오승환이 과연 플레이오프 전까지 구위 회복에 성공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까. ‘끝판대장’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면 삼성의 가을야구도 더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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