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측정을 거부하고 경찰에게 선처를 부탁하며 꼬드긴 전북 남원시 공무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판사 이원식)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43)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전북 남원시에서 근무하는 6급 공무원이었다.
A씨는 지난 5월31일 오전 2시10분쯤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 방향 38.8km 지점에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경찰은 ‘도로에 차가 정차돼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A씨의 승용차는 왼쪽 앞바퀴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터진 상태였다. 또 A씨에게서 술 냄새가 심하게 나고 발음도 부정확할뿐더러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경찰은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며 시간을 끈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약 23분간 총 3차례에 걸친 경찰의 요구에도 불응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내가 승진 대상자인데 이걸 눈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는 취지로 경찰관을 회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법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지만, 변론 종결 후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고 “당시 경찰의 현행범 체포는 위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전 변호인 선임 및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는 절차인 ‘미란다 원칙’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항의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A씨가 1시간 넘게 ‘한 번만 봐주세요’라며 음주측정을 회피하는 모습이 담긴 촬영 영상과 미란다 원칙을 또렷하게 고지하는 경찰관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 등의 근거를 토대로 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적발 직후 ‘그동안 살면서 노력해온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도로교통 안전에 끼친 위험은 절대 적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할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으며, 영상을 보면 일반적인 단속 과정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지난 7월 정기 인사에서 사무관(5급)으로 승진했다. 이에 언론과 공무원 노동조합의 비판이 불거지자 남원시는 뒤늦게 그에 대한 승진 의결을 취소하고 시청 인사 전반에 대한 행정 사무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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