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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닥터둠’ 김영익 서강대 교수 “코스피, 명목 GDP 대비 20% 저평가… 4분기 크게 오를 것”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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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25 06:00:00 수정 : 2024-09-25 16: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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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내 명목 GDP 성장률 5.5% 전망
적정 코스피는 3250… 외인 매도도 ‘끝물’

엔비디아 등 AI 거품에 美 증시도 광풍
美 성장둔화 국면에도 증시 20% 고평가

연준 ‘빅컷’도 경기 침체 막기 위한 처방
美 투자 비중 줄이고 韓·신흥시장 늘려야
한은 금리 대책 실기… 전향적 대응 필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이라 불린다. 김 교수는 독특한 주가예측 지표로 2001년 9·11테러 전후 주가폭락과 반등, 2008년 미국금융위기 이후 자산가격 붕괴를 맞혔다. 2012년 6월에는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하자 2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 그가 한국 증시 낙관론자로 변신했다. 김 교수는 코스피가 경제규모보다 20%가량 저평가됐다며 “올 4분기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미국 주식시장은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미 증시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20% 이상 고평가됐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경기를 나쁘게 본다는 것이어서 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 경제는 내년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다만 침체 정도가 깊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증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관련해 “주가가 금방 반응하는 건 아니지만 서서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정부 시절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하는 기업 소득 환류 세제를 시행한 후 시간을 두고 배당성향이 높아졌다”며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밸류업 정책을 시작해 최근 수년 새 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재문 기자

김 교수는 한국에서 2022년 이후 불고 있는 미국주식투자 열풍과 관련해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러 가치가 향후 5년 이상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는 미국 투자비중을 줄이고 한국 주식을 사든지 인도,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진행됐고 22일 추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각국의 주가 수준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평가한다. 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의 명목 GDP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5.7% 증가했는데 코스피는 그 기간 6.9% 상승했다.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이 5.5%로 예상되는데 이걸 고려하면 적정 코스피는 3250으로 추정된다. 현재 2600 안팎에서 움직이니 20%가량 저평가됐다. 월별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로 방향을 예측하고 일평균 수출 금액으로 코스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7월 15%, 8월 5% 과대평가됐다가 9월 들어 10% 이상 저평가됐다.”

―외국인의 매도로 국내 증시가 불안하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주식을 23조원 이상 순매수했다가 8∼9월 팔고 있다. 두 가지 요인이다. 한국은 수출이 GDP에서 거의 40%를 차지하는데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원·달러 환율이 두 달 전 달러당 1380∼1390원에서 최근 1330원대로 떨어지자 일부 외국인이 환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최근 글로벌 펀드동향을 보면 한국 순유출 규모가 급감하고 있어 외국인 매도는 이달 거의 마무리될 것 같다. 지금은 주식을 사도 된다. 4분기에는 코스피가 많이 오를 것이다.”

―미국 증시는 어떤가.

“미국 증시는 S&P500지수 기준으로 4615가 적정수준이다. 현 지수가 5600∼5700이니 20% 이상 고평가됐다. 월별 고용지표와 산업 생산 및 소매판매, 통화량 등에 비해서도 15% 정도 과대평가됐다.”

―미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인이 많다.

“굉장히 위험하다. 최근 10여년 넘게 미국 주가가 많이 오르고 우리 주가는 덜 올랐다. 그러니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한국시장) 떠나 ‘미장’(미국시장)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하고 미 S&P500지수가 제자리에 돌아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금 미국 주가는 그 정도로 과대평가됐다. 한·미 증시 흐름을 봐도 1980년대 우리 주가는 미국 주가보다 더 상승했다. 1990년대는 반대였지만 2000년 이후 10년간 우리 주가가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달러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 코스피가 S&P500지수보다 더 올랐고 신흥시장 주가도 좋았다. 달러인덱스는 2022년 10월 112까지 올랐다가 최근 100까지 떨어졌다. 미 경제의 성장둔화, 일본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축소 등에 비춰볼 때 달러 약세는 향후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은 미국에 많이 투자할 시기가 아니다.”

―미 연준이 지난주 ‘빅컷(연 5.25∼5.5%→4.75∼5.0%)’을 단행했는데.

“다가올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연준의 정책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 최대화다. 현재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고 고용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테일러 준칙’(성장률과 물가 변수를 고려한 정책금리 산정모형)으로 적정금리를 추정하니 올해 4.1%, 내년 2.5% 정도 나온다. 연준은 11, 12월 기준금리를 최소한 0.5%포인트, 내년에도 1%포인트 이상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 경제는 이미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미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저축률이 많이 낮아졌고 가계 실질 가처분 소득도 거의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는 내년 1,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침체에 빠질 것이다. 다만 침체 정도가 깊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그 격차가 1%포인트 미만에 그칠 것 같다.”

―일본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충격을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물가상승 덕에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했고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엔화는 강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달러당 160원대까지 갔던 엔·달러환율이 140엔대로 급락하면서 8월 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20일 금리를 동결했는데 앞으로도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펼칠 것 같다. 청산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은 작다.”

―인공지능(AI) 주가 거품론을 제기해온 것으로 아는데.

“미 경제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산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노동 생산성이 1980∼1995년 평균 1.5%였는데 1996∼2000년까지 2.9%로 거의 2배 증가했다. AI 혁명은 생산성을 증가시켰다는 통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1.5%로 1995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노동 생산성만 따지면 주가가 60% 과대평가됐다. 그런 의미에서 AI 거품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PSR(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값) 지표가 120배까지 갔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일반 기업은 2배도 되지 않고 많아야 3∼4배다.”

―한국 경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구조적인 문제와 단기 경기순환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구조적 변화는 매우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2%인데 머지않아 1% 초반으로 접어들 거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노동공급이 감소하고 기업 자본 투자나 노동 생산성도 하루아침에 좋아지기 힘들다. 경제 파이가 커지지 않으니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 많이 가지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차별화가 심화하고 일자리와 소득 증가세도 위축된다. 하지만 단기 경기순환에서는 회복국면이다. 성장률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2.5% 안팎까지 성장할 거다. 내수가 엉망이지만 수출은 조선과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정책대응을 평가해 달라.

“세계 주요국을 가계·기업·정부 부채 3개를 합쳐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의 경우 정부 부채 비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고 기업·가계부채는 높다. 여력이 있는 재정에서 지나친 긴축은 잘못된 것이고 예산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대응도 느리다. 시장금리지표인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이 2.8% 선까지 떨어졌는데 지난해 말부터 줄곧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다.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2.4% 시대를 예상하고 미리 다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왜 있는 건지 의문이다. 한은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생각해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할 거 같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집값을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건 맞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올 상반기 1.9% 증가한 사이 명목 GDP는 7% 성장했다. 명목 GDP가 증가하면 가계부채 규모도 커지는 게 자연스럽다. 집값은 금리보다 대출금액과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미국 집값도 금리 인상기에 더 올랐다. 미 가계의 80% 정도가 모기지 금리 5% 이하에서 대출받아 집을 샀다. 금리가 한때 7% 넘자 가계는 새집으로 옮길 경우 비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니 집을 내놓지 않는다. 금리 인상 때 수요가 줄지만 공급도 더 빨리 위축되면서 집값이 오른 거다. 금리가 떨어지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국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최근 기대심리와 일부 실수요자 탓에 수도권 집값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PR(임차료 대비 가격)과 PIR(가구소득 대비 가격) 지표로 따져보면 집값은 15∼20% 과대평가된 상태다. 추세적인 상승국면은 아니다. 금리가 낮으면 빚내서 집을 산다는 인식이 잘못된 거다. 경기가 나빠서 소득이 없는데 집을 어떻게 사느냐는 식의 생각을 해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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