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성 정체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은 자신의 젠더에 대한 자각, 자아의식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성 정체성은 출생 시의 지정성별과 동일할 수도 있으며 다를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개인은 특정한 성 역할과 일치하는 행동, 태도 및 외모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표현이 반드시 그의 성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남성으로 태어나 호적도 남성이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인 트랜스젠더가 직장에서 여자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이 따르자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이하 경제성)에 근무하는 50대 직원인 A씨는 남성으로 태어났다. 그는 지난 1999년 ‘성 정체성 장애’(육체적 성과 반대의 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를 진단 받았다.
일본에서 법률상 성별 전환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A씨는 건강상 이유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 호적에는 남성으로 되어 있다. 즉 성 정체성만 여성일 뿐 신체는 남성인 것이다.
A씨의 이런 개인적 성향은 회사 직원 특히 여성 직원과 마찰을 빚게 된다. 신체 및 기록상 남성인 그가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만 받아오던 A씨는 2010년부터 직장 내에서 여성 복장으로 근무했고, 여성 휴게실 사용이 허용됐다. 다만 여성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아닌 2개 층 이상 떨어진 여성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다른 여직원에 대한 배려가 이유였다.
경제성이 여성 직원 등의 항의로 여자화장실 이용을 일부 제한하자 A씨는 근무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3년 7월 “인사원의 판정은 다른 직원에 대한 배려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한편 원고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해 받는 일상적인 불이익을 부당하게 경시했다”며 만장일치로 위법 판결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제한은 계속되고 있다.
A씨는 “가까운 여성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제때 가지 못해 봉지에 구토한 적도 있다”며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왔는데도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국가와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경제성은 “관리직을 대상으로 이해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인사원도 “지난 8월 직원 의향을 확인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장실 이용 제한 재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 일을 두고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 정체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일부는 “성 정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만큼 사회는 그를 여성으로 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일부는 성 전환 수술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원치않게 같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여성들 입장도 고려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