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결손 처분액 550억원 육박
건보법 근거로 징수 포기하려 해
국정 감사 앞두고 논란 우려되자
뒤늦게 입장 바꿔 “징수 가능” 눈총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무면허로 불법 개설된 병·의원과 한의원, 약국 등에 지급했던 수백억원 요양급여비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보고 고스란히 결손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뒤늦게 “징수권이 살아 있다”며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4년 6월) 불법 개설된 병·의원 등에 지급된 요양급여비 결손 처분액은 550억원에 달했다. 불법 운영되다 적발된 기관들은 무자격자가 의료인 면허 소지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우고 영리 활동을 한 사무장 병·의원, 약국 등 다양하다. 당초 건보 재정이 지원돼선 안 되는 곳들이었다.
건보공단의 결손 처분액은 2019년 24억6300만원에서 이듬해 45억8500만원, 2021년에는 58억68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18억6600만원, 259억27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액수는 42억8000만원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84조를 근거로 이들 기관에 지급했던 요양급여비를 징수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법조문은 징수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장애인, 고령 또는 미성년자, 만성질환자인 경우, 소멸시효 완성 등 사유가 있을 경우 등을 결손 처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복지위 국감에서 지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자 건보공단은 뒤늦게 “연대납부의무자 징수권이 살아 있다”며 불법 기관 108곳이 타갔던 466억원은 징수할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국회 관계자는 “그간 징수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산소발생기나 인공호흡기, 당뇨 소모성 재료 및 수면용 양압기 등 환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요양급여비를 해외 체류 일수만큼 계산해 회수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조치는 단기 출국자에 대해서도 급여를 정지시킨다는 내용이 현행 건강보험법 54조에 담겨 있어서다. 이를테면 월 급여에서 건보료를 원천징수로 떼는 직장인이 요양급여 대상 의료기기를 해외 출장차 가져가서 사용해도 국내에 없었단 이유만으로 해외 체류일수만큼 받은 요양비를 뱉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2020년 198건에서 올해 7월 기준 2만1640건(약 5억5000만원)으로 폭증했다.
서 의원은 “건보재정의 누수를 야기하는 불법 사무장병원 부당이익금에 대해서는 끝까지 징수하는 것은 물론 사실상 징수권을 포기하는 결손 처분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불편을 야기하는 행정편의주의적 요양비 환수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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