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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학’ 원팀 구축 … 실제 항공기 부품 만지며 현장 감각 ‘업’ [심층기획-협약형 특성화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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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2 06:00:00 수정 : 2024-10-0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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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지역맞춤 인재로 정주율 높인다

‘60년 전통’ 인천 정석항공과학고
퇴역 여객기 가져와 학생 실습에 활용
“학교에서 모든 항공정비 배울 수 있어”
‘협약형’ 선정으로 교육의 질 강화 기대

지역 내 취업 목표로 차별화 시도
인천시·교육청·기업 4곳 등 협약 체결
학교는 교육과정 현장 적합도 높이고
기업은 실무능력 갖춘 인재 확보 ‘윈윈’

지난달 20일 인천 정석항공과학고 교정에 들어서자 한쪽에 늘어선 경비행기들이 눈에 띄었다. 건물 앞 펜스 안에는 모형이 아닌 실제 경비행기와 헬리콥터들이 여러 대 서 있고, 운동장 앞에는 여느 학교와 달리 ‘드론 비행 시 운동장 사용금지’란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항공 분야 특성화고라는 것이 실감 나는 풍경이었다.

학교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커다란 비행기의 앞부분이 붙어 있는 건물도 보였다. 유럽의 에어버스가 제작한 중거리용 여객기(A300)로, 대한항공에서 운항하다가 5년 전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인천 정석항공과학고의 종합실습관동에 대한항공에서 기증한 항공기 기체 앞부분이 연결돼 있다.

학교의 ‘랜드마크’인 이 비행기는 단순 전시용은 아니다. 건물 2층에서 연결된 문을 열면 조종석과 승객 좌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항공기 내부로도 들어갈 수 있다. 항공정비과 학생들에겐 실제 조종석 장치와 부품 등을 만져볼 수 있는 특별한 실습실이다. 김종찬 교장은 “퇴역 항공기를 교육용으로 기증받았는데 크기가 커 전방 동체만 잘라 건물에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곳곳은 이외에도 비행기 흔적이 가득했다. 실습실 안에도 소형 비행기 조종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선 엔진들이 끊임없이 돌아갔다. 엔진과 부품 대부분은 실제 비행기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이런 부품을 만지며 손끝부터 감각을 키우고 항공 전문인력으로 성장한다. 내년에는 실습 프로그램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올해 5월 교육부로부터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되어서다.

◆협약형 특성화고로 교육 질 높인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지역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를 함께 기르는 학교다. 지역 기관들이 한데 뭉쳐 고교 단계에서부터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에서 35곳을 선정하고 학교마다 5년간 최대 45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첫 사업인 올해에는 10개교가 뽑혔다. 이들은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협약형 특성화고 운영에 들어간다.

건물과 연결된 기체 내부 조종석과 승객석. 학생들은 이곳에서 실습수업을 받는다.

60년 전통의 정석항공과학고도 협약형 특성화고 준비에 한창이다. 정석항공과학고는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설립한 곳으로, 오랜 기간 항공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항공 정비 분야 기술 인재를 양성해왔다. 학생들은 입학 후 항공기 정비, 항공 부품 제작·가공, 항공전자산업 등 항공 관련 분야 전문 기술을 익힌다.

김 교장은 “국내 최초 고교 단계 항공 분야 특화학교”라며 “항공정비사 자격증명 취득에 필요한 교육시간을 학교에서 이수할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에서만 700여명의 졸업생이 정비사로 근무 중”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항공정비사를 꿈꿨다는 3학년 나세찬(18)군도 항공정비과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나군은 “항공정비는 항공기를 세워놓는 주기장에서 하는 라인 정비와 공장 정비로 나뉘는데 학교에 엔진 가동되는 비행기가 있어 모두 경험할 수 있다”며 “항공사에 오래 근무했던 선생님들도 계셔서 현장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협약형 특성화고 예산으로 실습 등 교육 질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설 개선비에 7억원, 기자재에 10억원을 쓰고 현장 전문성 있는 교사 초빙도 늘린다. 기존 항공정비과·항공기계과는 항공MRO과로, 항공전자과·항공전자제어과는 항공전기전자과로 통합하고 모집인원은 152명에서 128명으로 20% 가까이 줄인다. 김 교장은 “학급 수는 유지해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다”며 “더욱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기업 합심해 지역 인재 양성

정석항공과학고와 ‘한 팀’을 이룰 협약 체계에는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산업체 4곳(한국공항(주), (주)샤프에비에이션케이, (주)샤프테크닉스케이, (주)STX에어로서비스) △유관기관 3곳(항공우주산학융합원, 인천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인천테크노파크) △대학 3곳(인하대, 인하공업전문대,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산학 연계를 통해 현장실습, 교원 연수 등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교육과정 모델 개발에 함께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통 목표는 ‘지역 취업’이다. 수도권인 인천도 취업단계에서 서울 등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이 많아 인구 감소는 큰 고민거리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특성상 항공이 주요 전략산업이지만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특히 항공정비산업은 첨단기술 집약체인 동시에 조립·수리 등 공정은 사람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초급 기능인력부터 고급 기술자까지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는 협약 기업·기관의 도움을 받아 교육과정의 현장 적합도가 높아지고 학생들의 현장 경험이 늘면 항공분야 취업 연계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취업처를 발굴해 인천에 정주하는 항공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은 학교 밖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후학습(취업 후 진학) 모델을 개발해 학생들이 졸업 뒤에도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정석항공과학고 졸업생 중 30%가량은 대학에 진학하고 40%는 취업하는데, 지역취업률은 35% 정도다. 인천시교육청은 협약형 특성화고 사업을 통해 향후 지역취업 비율도 6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직업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미스매치’다. 학교 교육과 산업체가 요구하는 교육이 다르다”며 “협약형 특성화고에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협약형 특성화고 공모에는 15개 시·도에서 37개교가 지원해 9개 지역 10개교가 선정됐는데, 인천은 유일한 2개교 선정 지역이면서 공모한 2곳 모두 선정되는 ‘합격률 100%’를 기록했다. 인천시와 교육청은 지역 산업 연계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내 특성화고 27곳 중 지역산업에 밀접한 항공·반도체 분야 특화학교 2곳이 도전했다”며 “지역 주력 산업이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주율을 높인다는 목표로 협약 주체들 모두 합심했다”고 말했다.

실습실에 놓인 항공 엔진시뮬레이터.

김영신 인천시 항공과장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IAI, 아틀라스항공, 대한항공의 엔진정비공장 등이 들어선다. 이들 기업에서만 향후 2400여명의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석항공과학고에서 정비·항공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해 인천 기업체 수요를 맞춰주고, 협약형 특성화고 선정이 인천 항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항공산업 인재 양성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교 단계에서도 기술 숙련도, 완성도 높은 인재가 배출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세계일보·한국장학재단

인천=글·사진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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