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 정책 놓고서도 “트럼프가 옳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새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찬사를 바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오는 11월5일 치러질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이기도 한 트럼프는 당선되는 경우 4년 만에 권좌에 복귀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앞선 대통령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와 마찬가지로 나토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57) 신임 나토 사무총장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취임식을 갖고 오는 2028년 10월까지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뤼터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14년가량 네덜란드 총리를 지낸 노련한 정치인으로, 그가 나토 사무총장직 도전을 선언한 직후 미국·독일·영국 등 나토 주요국들은 일제히 지지를 선언했다.
뤼터는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다시 미 대통령이 되는 경우 나토가 겪을 어려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네덜란드 총리 시절 미 대통령이던 트럼프와 여러 차례 만난 뤼터는 “전에 (트럼프와) 함께 일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관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한 사실을 거론하며 “덕분에 2018년 이후 나토 동맹국들의 국방 분야 투자가 현저히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트럼프에게 찬사를 바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나토와 거리를 뒀다. 일부 회원국의 국방비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동맹국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방 예산이 GDP 대비 2%가 넘는 회원국 정상들만 따로 불러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반면 방위비 지출이 GDP 대비 2%에 못 미치는 동맹국들을 겨냥해선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하며 “러시아의 침략을 받더라도 미국은 돕지 않을 것”이란 협박까지 가했다.
이 ‘GDP 대비 2%’ 기준은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그대로 승계됐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독촉에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올해까지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최근 한술 더 떠 “2%는 사기극에 불과하고 최소 3%는 돼야 한다”며 기준을 다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나토 동맹국들이 허리를 더욱 졸라매야 할 형편인 것이다.
뤼터는 트럼프가 임기 내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중국 압박에 앞장선 점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중국이 나토 동맹국들에게 도전할 위험을 경고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며 “오늘날 다수 회원국이 그 생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임 시절 중국을 겨냥해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그대로 승계됐으며, 현재 나토는 중국을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여겨 경계한다.
한편 뤼터의 전임자인 옌스 스톨텐베르그(65) 전 나토 사무총장은 오는 2025년 2월 독일에서 열릴 뮌헨 안보 회의(MSC)의 의장을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스톨텐베르그는 2014년부터 10년간 나토를 이끌며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핀란드, 스웨덴 4개국을 새롭게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나토 동맹국을 32개국으로 확대한 것이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