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 등 동물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동물원 허가제’와 ‘동물원·수족관 검사관 제도’가 마련됐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이름으로 동물 쇼와 접촉 체험을 특별한 점검 없이 허가해 사실상 허가제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서구을)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동물원 허가제 시행 후 신규허가한 체험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환경부는 98건의 접촉 체험과 10건의 동물 공연을 허가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검사관이 현장을 점검한 사례는 9건에 불과했다. 이 중 2건만 동물 이용체험 계획에 관한 것으로 사실상 별다른 현장 점검 없이 동물쇼를 허가해주고 있는 상태라고 의원실은 지적했다.
실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8월말 현장 조사한 결과 대전의 한 수족관에서는 공연 진행자가 큰 소리의 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샴악어 입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거나 꼬리를 잡고 이동하는 등의 ‘악어 쇼’가 진행됐고, 다른 야생동물 카페에서는 관람객이 라쿤·미어캣을 제재없이 만지거나 붉은여우와 입을 맞추는 등의 체험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개정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의원실은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 15조 1항은 동물을 동물원 밖으로 이동 전시하는 행위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 주기 등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동물원·수족관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하면서, 기존에 등록된 동물원·수족관에 한해 이 법의 적용을 2028년 12월13일까지 5년간 유예했다. 시설들이 법이 정하는 종별 서식환경, 인력, 안전 관리 계획 등을 갖출 시간을 준 것인데, 오히려 법 시행 공백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의원은 “동물의 수명을 고려했을 때 유예기간 동안 방치하는 것은 학대를 방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환경부는 동물원 검사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물이 오락 목적으로 이용되는 실상을 적극적으로 점검해서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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