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 호르헤 카리온/ 정창 옮김/ 이봄/ 2만1000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패키지처럼 인식될 정도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조이스 등 세계의 문인들도 이곳을 드나들며 영감을 얻었다. 서점에 침대, 음식을 데울 휴대용 스토브, 책을 사지 못하는 이들이 빌려서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어 문학도의 숙소 역할도 했다. 문인들에게 이곳은 그냥 서점이 아니라 문학, 문화, 역사를 품은 곳이다.
포르투갈 북부 도시 포르투의 ‘렐루 앤드 이르망’ 서점은 영화 ‘해리 포터’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작가 엔리케 빌라 마타스는 신고딕과 아르데코양식이 섞인 이 서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각 지역마다 이런 대표 서점들이 있다. 뉴욕 스트랜드 서점과 샌프란시스코 도그 이어드 북스, 포르투의 렐루 앤드 이르망 서점, 서울 교보문고와 상하이 수청 서점, 도쿄 마루젠 서점….
신간 ‘서점: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는 저명한 문화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카리온이 전 세계 크고 작은 서점을 직접 발로 누비며 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가 도서관보다 서점을 ‘편애’하는 것은 도시 한가운데 위치하며,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시대에 적응하며 또다시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는 생명력 때문이다. 미국 유명 서점 보더스는 문을 닫았지만 저자는 “보더스는 다른 서점 체인들에 침범당한 게 아니라, 지적 야망을 지닌 새 서점들에 의해 지역적으로 점령되었다”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서점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서점도 있고, 양질의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서점, 주문형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인쇄 센터 근처에 자리한 서점들도 있다. 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내놓거나, 시음 강좌를 여는 훌륭한 와인 가게처럼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작은 서점들도 있다. 서점 운영자가 직접 일일이 책의 먼지를 터는 서점도 있다.
저자는 “서점은 세계를 축약한다. 당신의 나라와 언어를 다른 언어권 나라들과 이어주는 것은 항공로가 아니라 서가들 사이의 통로다. 건너가야 할 것은 국경이 아니라 한 걸음(단 한 걸음)이며, 그 한 걸음을 내디디면 지형과 지명, 시간이 바뀐다”(25쪽)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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