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 석유시설 공격 관련해 “논의 중” 가능성 시사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보복’을 공언한 이후 구체적인 공격 방안을 놓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선택지로 핵 시설 공격을 포함해 군사 시설 폭격, 석유 등 산업 인프라 파괴 등을 거론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에 대응하는 가장 직접적인 공격은 미사일 및 드론 기지 공격”이라며 이 시설들은 대부분 지하 혹은 산 밑에 은닉된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공중 방어망을 한층 넓은 범위에서 재공격하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월 이스파한에 위치한 군수 공장을 공습한 것과 유사하게 군수 공장을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다만 현재로써는 이란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 및 정유 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논의 중(in discussion)”이라고 답해 국제유가 급등 등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경우 하르그섬의 송유시설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송유시설은 이란 전체 석유 수출의 90%를 책임지고 있다.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이라크와 접경 지역에 위치한 아바단 정유 시설 역시 주요 공격 지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가디언은 다만 “이스라엘 공군 기지를 노린 이란의 군사 공격에 산업 시설 공격으로 응징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문제”라며 정밀하게 초점을 맞춘 군사 공격이 이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만류에도 폭주 중인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거론된다. 다만 여기에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적 전제 조건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무엇보다 이란의 핵 기지는 이스라엘로부터 최소 1000마일(1600㎞) 이상 떨어져 있다.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경우에 따라 튀르키예 영공도 지나가야 한다. 게다가 타격에 이어 복귀까지 고려한 급유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이란의 철통 방어망을 뚫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투기 최소 100대가 공격에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 미 의회조사국(CRS)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는 미국의 절대적인 지원이나 직접 개입이 필요하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완전한 핵능력 파괴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이스라엘이 전날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내 답은 아니다(No)”라고 잘라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