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난다.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
정부가 레바논에 급파한 KC-330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5일 오후 경기 성남시 소재 서울공항에 도착한 정양희(70)씨는 귀국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답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공격하면서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레바논 교민 96명과 레바논 국적 가족 1명을 태운 KC-330은 이날 오후 12시 50분쯤 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1시5분쯤 수송기 문이 열리고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을 환영하러 나온 가족과 지인, 정부 관계자 및 취재진으로 활주로가 북적였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교민과 가족들을 반겼다.
교민 김서경(39)씨와 4·6세인 두 딸이 가장 먼저 내렸다. 아이들의 손에는 “사랑해요 군인님 우리를 구해주러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김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다. 포격으로 집이 흔들려서 잠도 잘 못 잤다”며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61세 남성은 “레바논 현지는 밤작 가리지 않고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베이루트에 있는 집에서 공항까지 15분 거리인데, 안전한 지역으로 우회해 30분 걸려서 군 수송기로 갔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를 갑작스럽게 수송하는 상황에서도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 전문적인 케어(돌봄)를 해줘서 모든 교민들이 편안히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환영해주고 맞아주는 데 대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내, 딸과 수송기에 탑승했던 이국희(31)씨는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져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군 수송기를 처음 봤을 때 조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군은 베이루트 공항에서의 이착륙 과정에서 지상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C-130J 수송기도 투입했다. C-130J는 이날 서울공항으로 오지 않고 김해 공군기지로 갔다.
3일 한국에서 출발해 베이루트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작전은 장장 무박 38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재용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은 “베이루트 공항에서 우리 국민들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자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며 “이곳이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번에 철수시킨 97명 가운데 영유아 등 미성년자가 30%를 넘는다. 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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