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연구팀이 나노기포를 이용한 암 치료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 의료계와 학계로 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립부경대는 생물공학과 엄우람 교수가 한국공학대 유동길 교수, 성균관대 박재형 교수와 공동으로 암 면역치료의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기계적 세포사멸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및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성균관대 송예리 연구원과 유동길 교수가 제1 저자로, 엄우람·박재형 교수가 각각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암 면역치료는 인체 면역기능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 항암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치료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세포 독성 T세포 수가 부족한 경우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암 면역치료 효과를 높이고 치료 혜택을 더 많은 환자 집단으로 확장하기 위해 외부의 면역세포를 종양 부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엄우람 교수 연구팀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eosinophils)의 역할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호산구는 암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으나, 세포핵 내부에 존재하는 인터루킨-33(IL-33)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 종양 내로 면역세포를 불러들여 강력한 암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IL-33은 세포핵 내부에 단단히 결합돼 있어 호산구와 IL-33을 활용한 치료 방안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초음파에 반응하는 나노 기포로 만든 나노파열제가 암세포 내부의 핵까지 파열시키면서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방출되지 않는 핵 속 IL-33을 세포 외부로 방출하고, IL-33이 호산구를 자극해 종양 내로 면역세포를 불러들이는 항암 효과를 규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폐 전이암 쥐 모델에서 나노파열제의 치료 효능을 검증한 결과,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항암치료 효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책임자인 엄우람 교수는 “현재 암 면역치료는 수천만원대의 고가에다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를 보이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암 면역치료 효과를 극적으로 높여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전이성 암의 치료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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