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도 선보여
첼리스트 문태국(30)이 ‘첼로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1685∼1750)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음반을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했다. 5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을 바로크 음악의 거인 작품으로 꾸민 것이다. 6개 모음곡(1∼6번)은 각각 전주곡 1개와 춤곡 5개로 이뤄져 총 36개 곡이 수록됐다. 그는 2019년 데뷔 앨범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담은 바 있다.
문태국은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집에선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곡을 (그냥) 연주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전곡을 녹음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졌다”며 “좀 더 바흐에 가까운 연주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한 멋진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바흐가 1717년에서 1723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당대에도 주목받지 못한 채 200년 가까이 묻혀 있었다. 전설적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13살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 헌책방에 있던 악보를 우연히 발견한 뒤 12년간 연구해 선보이면서 빛을 봤다. 이후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가장 위대한 첼로 작품으로 손꼽히며 명연주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도전 과제가 됐다.
문태국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첼리스트 혼자 호흡을 끌고 가야 해서 연주를 하는 동안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색깔을 접어두고 바흐 시대의 소리와 감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현대 첼로는 줄이 4개인 4현이지만, 바흐가 당시 5현 첼로를 위해 작곡했던 만큼 어렵게 구한 5현 첼로로 모음곡 6번을 녹음한 게 대표적이다. 18세기에 주로 사용된 이 ‘피콜로 첼로’는 현대 첼로보다 크기가 조금 작고, 연주 할 때 거친 숨소리 같은 잡음이 섞여 나온다.
문태국은 “미국에서 수소문 끝에 10시간이나 운전하고 가서 5현 첼로를 구했다”며 “크기가 작아 코드를 잡는 데 용이했지만 4현 첼로로 익힌 운지법과 연주 기법을 다 바꿔야 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1~5번을 연주할 때는 4현 첼로의 줄 2개를 바로크 시대 악기처럼 거트현(양·염소 등의 창자를 이용해 만든 줄)로 했고, 활도 바로크 시대 활을 개량해 썼다. 문태국은 “거트현으로 하면 소리가 굉장히 거칠지만, 인간적인 따스함이 있는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앞으로 바로크 시대 등 음악에 대한 공부를 더 깊이 해나갈 계획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음악대학에서 2년간 고(古)음악 대가인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에게 배울 예정이다. 문태국은 “언젠가는 ‘첼리스트’ 문태국이 아닌 ‘바로크 첼리스트’ 문태국으로 바흐를 비롯한 다양한 바로크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태국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 독주회를 한다. 오후 2시 (1~3번)와 8시(4~6번) 두 차례에 걸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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