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은 2024 KBO리그 시즌 전 전망에서 하위권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즌 내내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뽐내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2021시즌 이후 3년 만에 다시금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아든 삼성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 직행해 LG와 KT의 준PO(5전3승제) 승부를 지켜보며 담금질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와 준PO 승자 간의 PO 1차전은 13일 삼성의 홈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지난달 28일 정규시즌 일정을 마치고 약 보름간 주어진 기간 동안 휴식과 훈련, 연습경기를 병행하며 PO를 준비 중인 삼성이지만, 마운드 높이가 크게 약화됐다.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28)와 ‘끝판대장’ 오승환(42)이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PO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지난겨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한 데이비드 뷰캐넌과 금전적인 조건 등에서 이견을 보인 끝에 결별했다. 코너는 뷰캐넌이 해주던 외국인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다.
코너는 3∼4월만 해도 2승2패 평균자책점 5.35에 그치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던 모습이었지만, 5월부터 180도 달라졌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과 커터 등의 변형 패스트볼,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5월부터는 월별 평균자책점이 2∼3점대를 오가는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올 시즌을 11승6패 평균자책점 3.43으로 마쳤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는 적었지만, 평균자책점은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8월27일 키움전엔 완봉승도 한 차례 거뒀다. 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13번을 기록했고, 피안타율 0.226(2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9(2위) 등 세부스탯도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탈이 났다. 지난달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3.1이닝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다 갑작스런 견갑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뒤 더이상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캐치볼 정도만 가능한 정도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코너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감독은 “PO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한국시리즈(7전4승제)에 진출한다면 코너의 구위를 체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너가 PO 선발로 등판하지 못하면 ‘공동 다승왕’ 원태인(15승6패, 평균자책점 3.66)과 외국인 2선발 데니 레예스(11승4패, 〃 3.81)를 중심으로 선발진을 꾸려야 한다. 그나마 좌완 선발 자원 이승현이 부상을 떨치고 선수단에 합류해 숨통이 트이는 삼성이다. 박 감독은 “PO 1차전 선발에게 4차전을, 2차전 선발에게 5차전을 맡길 계획”이라며 “3선발은 이승현과 황동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로 올 시즌 중반 이후 현저한 구위 하락을 보인 오승환도 PO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승환을 올 시즌 6월까지는 1승 4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2.48로 맹활약했지만, 7월 이후엔 2승 5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9.64로 매우 부진했다. 야구계 안팎에선 박 감독이 오승환의 PO 엔트리 제외를 이미 통보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오승환은 이달 2일 퓨처스리그 롯데전서 1이닝 무실점, 4일 KT전서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했지만, 박 감독은 오승환이 1군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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