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고금리 등의 여파…‘큰손’ 30대 줄어
외제차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모델 증가도 원인
수입차 시장에서 MZ세대의 신차 등록 대수가 급감했다.
경기 침체, 고금리 등의 여파로 '큰손'인 30대의 신차 등록 대수가 매년 줄고 있다.
이는 최근 수입차 시장의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수입 신차 등록 대수는 4만8178대로, 전년 5만8661대에서 17.9% 줄었다.
전체 수입차 등록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17.8%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20·30대의 등록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40대와 더불어 수입차 시장의 주요 고객인 30대의 신차 등록 대수가 매년 줄고 있다.
2020년 5만5859대에 달했던 30대의 신차 등록 대수는 ▲2021년 5만2341대 ▲2022년 4만8878대 ▲2023년 4만743대였다.
이 연령대의 신차 등록 대수 비중도 2020년 20.3%에서 2023년 15.0%로 3년 새 5.3%포인트나 쪼그라들었다.
30대는 지난 2019년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최대 등록 대수를 자랑했다.
20·30대의 수입차 구매가 급감한 데에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상된 금리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젊은 구매자들은 대부분 현금이 아닌 할부로 수입차를 구매한다. 신차 할부 금리가 크게 뛰자 이자 비용이 늘면서 구매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최근 중고차를 구입하거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20·30대가 늘고 있는 점도 등록 대수 감소를 이끌었다.
수입차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차 모델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경향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20·30대 구매자 이탈은 최근 수입차 시장의 하락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전년 대비 4.4% 감소한 총 27만1034대의 수입차가 팔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고금리 영향으로 할부 이자가 높아지다 보니 20·30대의 구매력이 줄어들었다"며 "젊은 세대가 할부로 고가의 수입차를 산 후 어려운 생활을 하는 '카푸어'라는 말까지 나왔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가능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20·30대가 40·50대보다 자동차 구매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 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운전면허를 가진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4.7%는 '자동차가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았다. 20대의 동의율이 66.8%로 가장 낮았고, 그 뒤로 30대(72%), 40대(77.6%), 50대(82.4%) 순이었다.
'결혼을 한 가정이라면 차 한 대쯤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항목에도 20대(80.4%)의 동의율이 가장 낮았다. 그 뒤로 30대(82%), 40대(82.8%), 50대(87.6%) 순이었다.
수입차에 대한 선호 현상은 낮아지고 있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에 대한 동의율은 36.7%로 작년(46.1%)보다 9.4%포인트 낮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차를 사고 싶다' 항목도 33.5%의 동의율을 기록해 지난해(39.4%)보다 감소했다.
'너도나도 수입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다' 항목의 동의율은 74%에 달하고,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우수하다'는 항목의 동의율이 33.3%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수입차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가 전과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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