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이 부른 비극 강렬하게 그려
광주 사태 그린 ‘소년이 온다’
英·美 등 해외 출간… 잇단 호평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는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들을 흡인해 내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으로부터 트라우마가 생긴 주인공 영혜가 어느 시점에서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이를 둘러싼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의 억압이 비극으로 몰아가는 맥락을 에로티시즘과 공포를 버무려 선명하게 시각화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표제작 ‘채식주의자’와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는 사진작가 영혜 형부 이야기 ‘몽고반점’,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인지한 인혜의 시각으로 그려진 ‘나무불꽃’ 등 세 편의 연작소설로 꾸려졌다.
이 작품은 “감각적이고 도발적이며, 격렬하다. 강력한 이미지와 선명한 색채, 충격적인 질문으로 무르익었다”고 평가받으며 작가 한강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런 한강의 노벨상 수상 쾌거는 데버러 스미스라는 훌륭한 번역자와의 만남과 한강 특유의 세상을 보는 열린 감성에 힘입은 바 크다. 나무가 되고 싶어해 폭력을 거부하는 심성이란 비단 한강의 소설 주인공뿐 아니라 많이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연주의 ‘코드’일 수 있다. 한강은 이러한 감성을 자신만의 서사로 뚜렷하게 음각해내며 급기야 세계 무대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 신군부의 광주 장악을 뒷세대의 시각으로 그린 그네의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도 올 초 영국과 미국에서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출간(영문판 ‘Human Act’)돼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맨부커상 수상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아우슈비츠 학살을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토하거나 아플 정도로 유달리 폭력에 민감한 편인데, ‘소년이 온다’는 그 삶의 시기 동안 저의 시간과 감각과 몸을 죽은 소년에게 빌려드려 제가 썼다기보다는 소년이 쓴 거나 마찬가지여서 먹먹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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