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픈 사람들 이야기 높이 평가한 듯”
“기대도 안했는데...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러웠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부친이자 소설가인 한승원(85)은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라면서도 어제 수상 소식을 접한 순간을 풀어놨다.
그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 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당혹스러웠던 이유에 대해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자려고 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수상 소감 등을 물으려는 한 기자로부터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다. 그는 “그게 무슨 소리냐, 당신 혹시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고 반신반의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소설에 대해 “지금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설은 저항소설이고 고발소설이었지만 강이 소설은 고발소설이 아닌 아픈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며 “노벨상 심사 위원들이 그 차이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 기념으로 잔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 작가는 “강이가 한사코 말렸다”며 “양쪽(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큰 전쟁이 일어났는데 즐기면 되겠는냐”며 “세계적인 지식인으로 커버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그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는 1997년부터 내려와 28여년간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작가의 딸인 한강은 광주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 갔다. 2014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내 광주의 아픔을 알리기도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