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포함
서울 소재의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A씨는 친조부상과 외조모상을 같은 해에 치렀다. 그런데 회사가 안내한 경조 휴가에는 차이가 있었다. 친조부상 때는 5일의 휴가가 허락됐지만 외조모상에는 3일의 휴가만 지급된 것이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할머니상은 3일의 경조 휴가만 받았지만 친할아버지상은 5일이었고 부의금도 지급받았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은 똑같은데 왜 친가와 외가를 구분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도 “조부모상이 친가 쪽인지 외가 쪽인지에 따라 휴가 일수나 금액 등이 다르다”며 “시대착오적인 방식이 아직도 존재해 놀랐다”고 말했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일부 기업에서 여전히 직원의 친가와 외가 경조사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조사 휴가의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 기업이 회사 내규를 통해 일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친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의 휴가 일수를 다르게 규정하거나, 심지어 외조부모상에 대한 경조사 휴가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관행이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인권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다니던 C씨는 회사가 직원의 친조부모가 사망했을 때만 경조 휴가 3일과 경조금 25만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차별이라며 지난 2022년 진정을 제기했다.
이듬해 인권위는 “호주제 폐지에 따라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가 같은 지위의 가족으로 인정되고 있음에도 외조부모를 차등 대우하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기업에 상조 규정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경조사 차별 대우 관행을 금지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근로자가 경조사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친족의 사망에 따른 경조사 휴가 시 사망한 사람의 성별이나 친가·외가 여부에 따라 휴가 기간을 다르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외가, 친가의 경조사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은 20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3번째 발의하는 법안”이라며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 보장은 헌법이 정한 국가의 의무인 만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기업의 성차별적 상조복지제도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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