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공무원의 이탈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직된 조직문화도 공직사회 이탈의 주요 이유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조직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과거의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대표적인 악습인 ‘모시는 날’(하급 직원이 돈을 걷어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어 장관까지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실정이다.
올해 4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9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공무원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3%(32만2642명)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이하(43.1%)와 30대(43%)의 이직 의향이 가장 높았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로 ‘경직된 조직문화’는 8.7%를 기록, ‘낮은 급여수준’(51.2%), ‘과도한 업무량’(9.8%)에 이어 세 번째에 자리했다. 직장 안의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공직 이탈을 고려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직생활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직생활에 보람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은 21.3%였는데, 30대에서는 해당 답변이 29.2%나 돼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는 26.4%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경직된 조직문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소통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사처는 2020년부터 90년대생 직원이 60년대생인 ‘국장님’을 지도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이른바 ‘MZ세대’ 직원이 멘토가 돼 간부들에게 젊은 감각과 가치관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상향식 의사결정 제도인 ‘주니어보드’를 운영해 비교적 젊고 낮은 계층의 공무원이 정책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결정자에게 전달하는 창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악·폐습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실제 대표적인 악습인 ‘모시는 날’은 여전히 공직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시는 날’은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저연차 공무원이 소속 부서의 과장, 국장 등 상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지자체 소속 공무원 1만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5514명)는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80% 이상이 참석이나 비용 둘 중 하나 이상이 의무적이라고 답해 저연차 직원의 고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69.2%는 이 관행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반응이 44.7%이었다.
이들은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본인 몫의 식사비만이라도 지불했으면” 등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심지어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이같은 악습이 계속되자 장관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직사회에서 ‘모시는 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위 의원의 지적에 “가슴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