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11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네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차례로 증인석에 올라 사건 경위를 증언했다.
강씨는 남씨로부터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보고받고, 훈련병들이 입소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완전군장에서 무거운 물품을 뺀 가군장 상태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씨는 "완전군장 상태로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는 기억이 없으며, 강씨가 가군장을 지시한 적도 없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강씨 측은 남씨가 '완전군장을 건의했다는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강씨가 가군장을 지시한 적 없다'고 명확하게 진술하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남씨 측은 강씨가 가군장을 지시했다면, 훈련병들이 팔굽혀펴기 중 군장에서 책이 쏟아진 모습을 보고도 명령 불이행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강씨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사건 발생 이후 나눈 통화 내용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으나 완전군장이나 가군장에 관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으며, 강씨는 남씨와 통화한 뒤 경찰 수사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삼자를 통해 자신이 남씨에게 가군장을 지시했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음으로써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박 훈련병 유족과 또 다른 피해 훈련병 A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A씨가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해 학대치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2일 다음 재판을 열기로 하고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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