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없어 관리 사각지대…항공 마일리지와 딴판
최근 3년간 공무원이 공무 출장으로 KTX를 이용하면서 쌓인 마일리지가 최소 16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규정이 없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 출장용 기차표 구매에 나랏돈이 들어가는데 정작 마일리지는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어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47개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년간 공무원 공무 출장을 위한 철도 운임으로 약 334억879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7억180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문화체육관광부 26억9678만 원, 보건복지부 17억5055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공무 출장으로 기차를 예매했을 때 쌓이는 마일리지에 대한 적립·소멸·사용 현황은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철도공사가 KTX 마일리지 제도를 시작한 2016년부터 결제 금액의 5~11% 수준이 마일리지로 적립되고 있다. 마일리지는 승차권 구입, 위약금 결제, 레일플러스 교통카드 충전, 역사 내 편의점 물품 구입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공무원 철도 운임으로 지출한 금액에 마일리지 최소 적립율 5%를 적용하면 그간 공무 출장으로 적립된 마일리지는 16억7000만 원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KTX 마일리지 관련 규정이 없어 정확한 마일리지 적립 금액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장비로 결제한 열차표 마일리지는 개인에게 적립된다”며 “개인적으로 결제한 금액 마일리지와 합산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썼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 관리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인사혁신처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공무원의 해외 출장으로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는 전자인사관리시스템에 그 내용을 신고하고 항공권 구매 등 공적으로만 활용하게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로 물품을 구매해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는 등 취약계층 지원에 쓰도록 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인사혁신처는 공적 항공 출장과 달리 철도 출장 마일리지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것에 대해 “철도를 이용하는 출장은 당일 취소가 빈번해 마일리지를 일일이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세금으로 적립된 마일리지가 공무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병도 의원은 “마일리지는 혈세를 기반으로 조성되는 만큼 공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멤버십 계정 일원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