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 인상 요구는 지나쳐
이렇게 노골적인 경우는 처음”
윤 의원 “직접 부른 것 아니고
기업들이 먼저 찾아온 것”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재선·전북 정읍고창)이 재계 10대 기업으로부터 농어민 지원을 위한 협력기금 출연 계획을 제출받아 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기금 출연은 법적으로 기업 자율에 맡겨진 사항인데 개별 의원실이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기업 총수의 증인 채택 여부와 결부 지어 출연 계획을 요구하자 기업들은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를 오가는 각 기업 대관 담당 임직원들은 최근 윤 의원실을 방문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계획 제출을 요구받았다. 그중 일부 기업은 출연 계획을 문건으로 작성해 의원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 측은 출연금 규모를 기존보다 늘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기업 총수의 국회 출석을 볼모로 출연 금액을 무조건 인상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본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삼고 있다. 기금은 매년 1000억원을 10년간 모아 총 1조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2400억원이 모였다.
이 기금 조성엔 기업들이 FTA로 이익을 얻고 있으니 농어촌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기금 출연 대상이 ‘정부 외의 자’로만 법에 명시돼 있지만 기업들이 매해 정치권으로부터 출연을 요구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과거에도 이러한 정치권 요구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강하고 노골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 1000억원이라는 금액도 민간 자율로 해선 도저히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터무니없는 목표를 설정하니 기업들이 내는 금액이 하찮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고선 매번 기업들 압박한다”고 하소연했다.
윤 의원 측은 이같은 재계의 반응을 반박하고 있다. 윤 의원 측은 기업들을 불러 기금 출연 계획을 요구했는지를 묻자 “당연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몰 법안이라 올해부터 딱 3년 남았다. 일정 정도의 약속을 좀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의 출연 저조로 기금이 고갈되고 있다”며 “민간에서 캠페인 형식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제가 직접 부른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각 기업이 총수를 증인에서 빼기 위해 설명하러 온 것이지 제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한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출연 계획서도 자발적으로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금 제도를 기업들이 알고 있는데 이렇게 소극적인지도 (국감을 통해)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재계에선 “기금 출연은 강제조항이 아닌 자율적인 성격이라 어느 금액을 써서 내더라도 이사회 의결이 어려우니 차라리 법 개정을 해 기업의 기금 출연을 강제규정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심정”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