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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클리셰 다 깨려고 노력했죠”

입력 : 2024-10-14 19:53:10 수정 : 2024-10-17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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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탄호이저’ 연출 요나 김
바그너의 역작… 17∼20일 공연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의 ‘서울 버전(판)’으로 불러주세요.”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연출을 맡은 요나 김이 연습실에서 출연진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바그너(1813∼1883)의 역작 ‘탄호이저’ 연출가인 요나 김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탄호이저’는 환락을 상징하는 사랑의 신 베누스의 유혹에 빠진 탄호이저가 연인 엘리자베트의 사랑과 희생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독일 전설과 중세 시대의 노래(시작·詩作) 경연대회란 소재를 결합해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 갈등, 관습과 통념에 반기를 든 예술가의 고뇌 등을 그린다. 바그너가 수십 년에 걸쳐 이 작품을 손질해 여러 수정본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건 1845년 초연한 ‘드레스덴 판’과 1861년 ‘파리 판, 1867년 ‘뮌헨 판’, 1875년 ‘빈 판’ 4가지다.

국립오페라단이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보이는 ‘탄호이저’ 연출을 맡게 된 요나 김은 ‘드레스덴 판’과 ‘파리 판’으로 조합한 새로운 풍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 8일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만난 요나 김은 “베누스의 비중이 크고 캐릭터가 입체적인 파리 버전을 1막에 쓰고, 2막과 3막은 초연인 드레스덴 버전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대신 파리 버전에 추가된 1막의 발레 장면은 작위적인 것 같아 삭제했다”고 말했다.

요나 김은 특히 각각 육체와 정신을 상징하며 대척점에 있는 베누스와 엘리자베트의 비중을 같게 해 팽팽한 긴장관계를 그려냈다. 아울러 둘은 한 여성의 양면성을 은유한 것으로 보고 3막에 서로 마주 보는 장면을 추가했다. 요나 김은 “(작품 속) 여성에 대한 바그너의 클리셰(틀에 박힌 표현)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 클리셰를 다 깨려고 한다”며 “베누스는 그저 사랑에 충실한 정열적인 여자일 수도, 엘리자베트는 이타적인 사랑을 강요당하며 죽어가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두 여성의 속성과 관계에 대한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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