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측근들을 일컫는 ‘한남동 라인’의 실재 여부와 인적 쇄신 문제를 놓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남동 라인을 겨냥해 인적 쇄신을 요구하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제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러자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로 내려가는 등 누란지세의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집권세력이 자성은커녕 내홍만 빚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거대 야당에 함께 맞서야 할 동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양측의 언사는 거칠고 날이 서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어제 ‘대통령실에는 여사 라인이 없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전날 한 대표 측근들을 ‘도곡동 7인회’라고 부르며 “인적 쇄신은 대표실이 우선”이라고 공격했다. 권 의원은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관한 검찰 기소 판단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주문한 것에 대해 “법무부 장관 시절 한 대표께서는 왜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하지 않았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오늘은 재보선이 치러진다. 이번 10·16 재보선은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미니 선거’이지만, 총선 이후 민심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 만약 여권의 전통적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할 경우 국정운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내홍도 더 격화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김 여사 문제를 놓고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양측의 대응에는 모두 비판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한 대표의 ‘한남동 라인’ 비판은 여권 내 갈등을 부채질했다는 점에서 선거 전략으로 유용한지 의문시된다. 재보선 이후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할 얘기를 미리 꺼내는 것도 ‘자기 정치’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대통령 라인만 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 테니 말이다. 여권은 친윤·친한 집안싸움을 바라보는 국민의 절망과 분노를 직시하고 자중해야 한다. 계파싸움을 당장 멈추지 않으면 여권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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