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킨 “지도자 할 일은 국민 통합”…김동연 “전적으로 공감”
투자유치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5박7일의 방미길에 오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를 만나 경제·정치 구상을 구체화했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 출신인 영킨 주지사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원 연설에 나서며 ‘진골’ 보수 정치인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제2의 트럼프’라는 애칭을 얻으며 공화당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른 데 이어 트럼프 재집권 시 상무장관 발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투자·컨설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버지니아주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 스타트업·바이오 교류…“경제동맹, 잠재력 무한”
김 지사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주지사 집무실에서 영킨 주지사를 만나 1시간 가까이 도와 버지니아주의 전략적 파트너십 복원을 논의했다. 경기도와 버지니아주는 1997년 자매결연을 맺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협력관계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날 화두는 두 지자체가 강점을 지닌 ‘스타트업’과 ‘바이오’였다.
버지니아주는 정치중심지인 워싱턴DC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기업·교육 중심지이다. 경제중심지인 뉴욕과도 근접해 제조업과 첨단산업이 발달했다. 800개 넘는 기업의 본사가 자리하며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IT기업 데이터센터가 있다.
제약분야 및 의료장비 생산시설, 바이오 정보기술 등 바이오산업의 선도기업들도 상당수 둥지를 틀고 있다. 경기도 역시 국내 바이오기업의 40%를 차지하는 1000개 가까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김 지사는 “도와 버지니아 간 중단된 정책협의회를 재개하자”며 “스타트업과 바이오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버지니아주의 스타트업 1만개 달성을 축하드린다. 경기도는 ‘스타트업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버지니아주 방문 뒤) 뉴욕에 가는 것도 미국에 있는 500개 스타트업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가 올해의 주지사로 영킨 지사님을 선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스타트업과 바이오 외에 다른 산업과 비즈니스에서도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영킨 주지사는 “경제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하고 믿을 만 하다. 자매주로서 경기도와 버지니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정책협의회 재개 등 지역 간 교류, 접촉면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스타트업과 관련, “버지니아주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사이버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미국 인터넷트래픽의 70%가 버지니아를 통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경기도가 강점이 있는) 반도체 등은 저희에게도 수요가 높은 만큼 양 지역이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연구 인력개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동연구와 인적·투자 교류 등을 제안했다.
이날 영킨 주지사는 김 지사가 제안할 때마다 진지하게 경청하며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도 경기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와 버지니아공대 등 유수 대학과의 교류를 거론했다.
◆ ‘제2의 트럼프’ 영킨…“분열된 국민 통합이 의무”
두 지사는 대화 말미에 미국 대선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영킨 주지사는 “우리 같은 정치지도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선거가 끝나고 분열된 국민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작업”이라고 했고, 김 지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회담 직후 그는 영킨 주지사에 대해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회담 도중 김 지사는 영킨 주지사를 경기도에 공식 초청했고, 영킨 주지사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킨 주지사는 2022년 1월 선거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버지니아에서 거물급 민주당 정치인을 꺾고 극적으로 당선됐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올해 최고의 정치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취임 직후 버니지아의 학교 교실에서 이른바 ‘좌파교육’을 몰아내며 공화당의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2m 넘는 키를 지닌 그는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라이스대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다가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했다.
상·하원 의원 경력 없이 ‘월스트리트의 거물’에서 곧바로 주지사로 직행하면서 CEO 출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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