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도 없이 갑자기 대출한도를 줄이면 어쩌란 말인가요.”
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대출 한도까지 축소하자 일부 수요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사전 공지 없이 대출한도를 줄이면서 당장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생애 최초 내집 마련에 나섰던 수요자들은 더 비싼 금리로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14일부터, 신한·하나은행 등은 21일부터 이를 반영해 대출을 취급한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경우 주택가액 5억원 이하 집을 대상으로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 70%(생애최초구입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보증상품에 가입하면 소액임차보증금액 이른바 ‘방 공제’를 대출금에 포함해줬는데, 앞으로는 이를 제외해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 서울의 경우 5500만원, 과밀억제권역 4300만원, 광역시 23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 3억원짜리 집을 구입하면 당초 2억1000만원(LTV 70%)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500만원을 뺀 1억5500만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생애최초주택 마련에 대해서는 기존에 적용하던 'LTV 80%' 기준을 70%로 낮추도록 했다.
후취담보 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후취담보란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돈부터 먼저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대출이다. 이에 따라 완공 예정인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하는 경우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에 상담했다가 오늘 갑자기 대출한도가 줄어든 사실을 알고 당황한 고객들이 꽤 계시다”면서 “디딤돌 대출에서 5500만원은 꽤 큰 금액”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미 은행 자체 대출에는 ‘방 공제’ 차감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정책대출은 한시적으로 풀렸다가 이번에 다시 막히게 된 것”이라며 “시중은행 대출은 규정이 바뀌면 사전에 공지를 하는데 이번엔 국토부에서 별도의 공지나 발표가 없어서 현장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계속해서 자체 대출을 조이자 정책상품 대출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면서 “정책상품 비중이 점점 커지고 가계대출 주범으로 몰리니 정부가 급하게 조이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잔액은 올 들어 30조원 늘어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46조5000억원)의 64%를 차지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9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2000억원으로 8월보다 4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정책상품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8월보다 4000억원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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