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빅컷’이 맞물리며 한때 140엔 이하로 내려갔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급속히 치솟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장중 한때 달러당 150.26엔까지 오른 것이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 이후 약 2개월여만이다. 앞서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1달러당 150.2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최근 엔화 약세는 미국 경제 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서 달러 매수, 엔 매도가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NHK는 “미국의 신규 실업보험 신청 건수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며 “미국의 9월 소매 판매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7월만 이전만 해도 160엔대를 넘어서는 약세에 머물렀었다. 이에 일본은행이 지나친 엔 약세를 막기 위해 개입에 나섰다느 의혹까지 일었다. 그러나 7월 이후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해 8월 한때 140엔선 아래로까지 떨어졌었다.
이런 흐름에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등은 지난달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에 이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했다. 태국 방콕 소재 투자자문사 MBMG그룹의 폴 갬블스 공동 창립자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엔달러 환율이 다시 150엔을 향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엇갈린 예상 속 결국 엔화 약세가 다시 시작되자 일본 금융당국도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 재무성 외환정책 담당자는 기자들 질문에 “급속한 움직임도 보인다”며 “시장 동향을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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