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텃밭 사수로 공개 적기 판단
선거법 공소시효 끝나 지지세력 늘 듯
4·10 총선 오답노트 격인 국민의힘 총선백서가 이르면 21일 최고위원회의에 상정돼 금주 중 공개될 전망이다. 총선 이후 반년 만이다. 그간 한동훈 대표의 총선패배 책임론을 두고 백서의 공정성 공방이 오가며 공개가 지연됐으나, 재·보궐 선거에서 ‘텃밭 사수’로 리더십을 증명한 한 대표가 남은 부담 요인을 모두 털고 ‘당정 쇄신’ 강공 드라이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총선백서를 최고위에 상정하기로 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중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0장 분량의 이번 백서는 △공천평가 △공약평가 △조직평가 △홍보평가 △전략평가 △여의도연구원 평가 △당정관계 및 현안 평가 등 7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특히 대통령실발 ‘황상무·이종섭 리스크’ 및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한 대표가 선거 기간 내세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및 비례대표 사천논란 등 총선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고 한다.
그동안 총선백서를 둘러싸고 여권 내에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도 총선백서특별위원을 지낸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자신의 무능을 대통령실의 실정으로 몰아 총선백서를 공격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다시 당대표가 됐다”며 “총선백서가 6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발간되지 않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한 대표가 당비로 자신의 이미지 조사를 했다”는 취지로 ‘당비 횡령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이를 특정 언론에 기사화를 부탁했다는 ‘공격 사주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권 내 파장은 극에 달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번 백서 공개가 오히려 한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털어낼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재보선에서 여당 텃밭(부산 금정·인천 강화) 사수에 성공하며 한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높인 현시점이 백서 공개의 적기라고 보는 것이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은 ‘정권심판론’ 때문에 진 것”이라며 “백서에는 대통령실 여러 정책들이 ‘백약이 무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서가 공개되면 오히려 용산 쪽에서 펄쩍 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원외 인사도 “지금 현안은 ‘김건희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이라며 “백서 공개로 한 대표에게 리스크(위험)는 하나도 없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친한계 내부에선 지난 10일로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한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원내 세력이 늘 것이란 기대감도 흐른다. 백서 등 부담을 덜고 우군을 등에 업은 한 대표가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한 친한계 재선 의원은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났으니 양쪽(대통령실·한 대표 측)에 발을 걸쳐두고 눈치만 보던 의원들이 하나둘 한 대표 쪽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