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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보다 스탠튼”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건강한 스탠튼’, 2024 MLB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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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1 06:00:00 수정 : 2024-10-20 2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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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운동 능력을 보유한 괴물들이 득시글대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파워 하나만 따지면 첫 손에 꼽히는 선수가 누굴까. 현역 최고의 홈런타자인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타자에만 집중했더니 50홈런-50도루를 달성해낸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이 선수의 이름이 떠올랐을 것이다. 제대로 맞기만 하면 총알 같은 타구 속도로 단숨에 담장을 넘겨버리는 파워를 자랑하는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 배트 스피드도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수준인 스텐튼은 해마다 ‘올해 가장 타구 속도가 빨랐던 타구’들을 줄세우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해버린다. 스탠튼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저지나 오타니가 부럽지 않은 선수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2014년에 데뷔팀인 마이애미 말린스와 13년 3억25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그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계약이었다. 스탠튼의 당시 계약은 역대 최초의 3억달러 계약이었다. 지금이야 오타니가 7억달러를 받는 시대니 3억달러가 작아보일 수 있어도 그때만 해도 200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맺은 10년 2억7500만달러를 뛰어넘는 신기록이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신은 스탠튼에게 하늘이 내린 파워를 주신 대신 튼튼하지 못한 몸을 줬다. 2010년 빅리그에 데뷔한 스탠튼은 15년차인 올해까지 140경기 이상을 소화한 시즌이 2011년(150경기)과 2014년(145경기), 2017년(159경기), 2018년(158경기)까지 네 시즌에 불과하다. 기준을 120경기로 낮춰도 2012년(123경기)과 2021년(139경기) 두 시즌이 추가되는 데 그친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능력 하나만큼은 역대급이지만, 먼 훗날에는 ‘파워는 뛰어났으나 건강 이슈가 재능을 가려버린 선수’ 정도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뉴욕 양키스로 옮겨언 뒤에 스탠튼의 건강 이슈는 매년 문제가 됐고, 양키스의 페이롤 구조를 망쳐버린 주범으로 취급 받았던 스탠튼이다.

 

올 시즌에도 114경기 출전에 그친 스탠튼.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33(417타수 97안타) 27홈런 72타점으로 누적 스탯은 그런대로 뽑았지만, 타율이 2할 초중반에 그쳤다. 볼넷을 골라내는 유형이 아닌데다 삼진도 지나치게 많아 38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당한 삼진이 143개. 이 때문에 출루율도 0.298로 3할조차 넘기지 못했다. 장타율은 0.475로 순수 장타율은 0.244에 달하는 전형적인 공갈포의 스탯이었다.

 

사진=EPA연합뉴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스탠튼이 ‘왕년의 홈런왕’ 모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을 거치면서도 9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94(34타수 10안타) 5홈런 1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볼넷 5개를 얻어내는 동안 당한 삼진은 단 7개에 불과할 정도로 볼삼비도 극적으로 개선됐다. 출루율(0.385)과 장타율(0.794)를 더한 OPS는 1.179에 달한다.

 

양키스의 간판타자이자 캡틴인 애런 저지가 9경기에 타율 0.161(31타수 5안타) 2홈런 6타점 OPS 0.704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양키스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것은 스탠튼이 클래스를 회복하는 맹활약을 펼쳐준 덕분이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양키스의 15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4 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 4승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승리도 스탠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양키스는 이날 클리블랜드 선발 태너 바이비의 호투에 눌려 5회까지 0-2로 뒤졌다. 6회 선두타자 글레이버 토레스와 후안 소토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지만, 저지가 병살타로 찬 물을 제대로 끼얹으면서 역전 기회를 커녕 2사 3루가 되면서 답답한 흐름이 계속 되는 듯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저지 다음에 타석에 들어선 스탠튼은 보란 듯이 바이비의 공을 잡아당겨 비거리 140m(460피트)의 초대형 홈런으로 좌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2-2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스탠튼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어낸 양키스는 연장 10회 후안 소토의 결승 3점 홈런이 터지면서 5-2로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십시리즈를 4승1패로 조기에 끝내며 월드시리즈까지 푹 쉴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는 당연히 스탠튼의 차지였다. 양키스가 스탠튼을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 2009년 이후 끊긴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먹튀’에 가까웠던 스탠튼이 2024년 가을의 ‘미친 활약’을 통해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함과 동시에 양키스의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저지가 월드시리즈에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 한다면 스탠튼이 지금의 활약을 이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건강한 스탠튼, 비디오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괴력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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