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증시에 투자한 4850억원 규모의 자산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국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져 국민연금 등의 안정적인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이 국민연금과 KI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두 기관이 러시아 증시에 투자한 4850억원 규모의 자산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러시아 주식·채권 투자금은 2021년말 5893억원에서 전쟁 이후인 지난해 말 4332억원으로 26%(1561억원)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러시아 증시에서 4330억원(6200만달러)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베르방크 은행(930억원), 에너지 기업인 루크오일(800억원), 가스프롬(400억원), 타트네프트(200억원), 로스네프트(140억원), 플랫폼 기업 얀덱스(140억원) 등에 투자한 자산이다.
외환 보유고를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KIC 러시아 증시 주식·채권 투자 규모도 2021년말 31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30억원으로 무려 80%(2470억원)이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증시에서 청산을 유보한 투자 규모가 520억원(4000만달러)에 육박한다.
안도걸 의원은 “KIC가 ‘공사 투자종목별 공개가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회수하지 못한 종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증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폭락했다.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5일부터 현지 증시가 휴장했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국민연금은 안도걸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를 통해 “서방 제재와 러시아 당국 조치로 자금 입출금이 금지돼 외국인은 매도하거나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할 수 없는 상태이며, 제재 해제 시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도걸 의원은 “2021년 하반기부터 전운으로 하락하던 러시아 증시에서 2월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주식 등을 청산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5000억원에 이르는 나랏돈을 회수하지 못해 이로 인한 기회비용이 절대 적지 않다”며 “운용사와 협의해 러시아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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