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에 "걷기 힘들다" 업혀 하산하더니…두 발로 '멀쩡' 귀가한 등산객

체력소진 이유로 구조 요청 많아
실제 긴급 구조에 출동 공백 우려

가을 단풍철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산악 구조 요청도 증가한 가운데, 이 중 상당수는 단순히 체력 소진을 이유로 불필요한 구조를 요청해, 실제 긴급 구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YTN은 설악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의 구조 현장을 조명했다. 지난 11일 홀로 설악산 등산길에 나선 여성이 발목과 머리 등을 다쳐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 20명은 어두운 산길을 5시간 동안 걸어가 여성을 구조했다.

등산객을 구조하는 구조대원들. 사진 속 인물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YTN 캡처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전국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총 3만3236건으로, 특히 단풍철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는 9월과 10월에 출동 건수의 25%가 집중됐다.

출동 원인으로는 실족·추락이 2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산악 기타 사고(27.9%), 조난 수색(26%), 개인 질환(9.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부상 없이 단순히 걷기 힘들다는 이유로 구조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설악산에서 주말마다 발생하는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구조 요청 중 절반 이상은 단순한 체력 소진 등의 이유로 알려졌다. 

실제로 구조대원들도 이런 경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완 설악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장은 “구조대원들이 돌아가면서 업고 하산했는데 주차장에 오게 되면 또 두 발로 걸어서 자력으로 귀가한다. 이럴 때 사실 맥이 좀 많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설악산 달마봉을 오르는 등산객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자신의 편의만을 고려한 불필요한 구조 요청으로 인해해 실제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는 시간을 지연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 코스를 선택하고, 해가 지기 2시간 전 하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출입이 금지된 탐방로는 사고 위험이 큰 만큼 들어가지 말 것을 강조한다.

김재운 소방청 구조과장은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산행 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일몰 전에 하산할 수 있도록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음주 후 산행은 매우 위험하므로 산행 안전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