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LG아트센터서 무대
영화 기법 활용 시각 효과 돋보여
25년 만에 내한… 공연 전 행진도
“(관객들이) 현대무용을 본 뒤 ‘하나도 이해를 못 하겠다’며 씁쓸하게 공연장을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게 정말 질색이거든요. 제 공연은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만듭니다.”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겸 연출가 필리프 드쿠플레(63)는 대표작 ‘샤잠!’ 공연을 사흘 앞둔 2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드쿠플레는 무용을 기반으로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건축, 패션 등 다양한 장르를 섞은 복합예술의 거장이다.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하나의 이야기만을 하는 이야기꾼은 아니다”며 “영화와 공연의 중간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구성하고 자유롭게 다른 세계를 오가며 매번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려 한다”고 했다.
‘샤잠!’은 1998년 칸국제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창작한 작품으로 영화 촬영 기법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거울·액자·영상 등을 활용한 시각 효과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샤잠(Shazam)이란 말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같은 마법 주문을 뜻한다. 전 세계 주요 극장에서 200차례 넘게 공연됐다. 한국 관객과는 1999년 이후 25년 만에 다시 만난다. 드쿠플레는 자신이 이끄는 무용단 DCA(데세아) 컴퍼니의 창단 35주년을 맞아 2021년 ‘샤잠’을 새롭게 손질했다. 초연 당시 작품에 참여한 무용수, 음악가들과 다시 손잡았다. 관객들은 20여년 전 촬영된 ‘샤잠!’ 영상과 중년이 된 무용수의 실제 움직임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드쿠플레는 “25살이었던 무용수가 어느덧 52세가 돼 여전히 아름다운 춤을 추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무용수들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각도가 낮아질 수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예전 기량의 95%를 지니고 있다”면서 “부족한 5%는 무용수들이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갖게 된 존재감과 충만함으로 채워진다”며 나이 든 무용수들로 인한 공연 완성도 저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샤잠!’을 보려면 공연 시작 15분 전까지 공연장에 도착할 것을 권했다. 사전에 분위기를 띄우는 행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공연은 25∼27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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